[인人터뷰-조성겸 한국조사연구학회장] “여론조사, 시간·비용 아끼면 부실… 새 기법 개발 관건” 기사의 사진

대선을 2주일 남겨두고 여론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제각각이다. 같은 날 실시한 여론조사인데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6% 포인트 넘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유권자들은 헷갈린다. 이런 여론조사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조사결과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과연 여론조사는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는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국조사연구학회 회장인 조성겸 충남대 교수를 3일 서울 사직동 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만난 사람=고승욱 논설위원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야권후보 단일화를 위한 유력한 수단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여론조사가 현실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사회에서는 여론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여론 파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집단마다 다양한 의견을 갖게 되면서 주변의 의견과 실제 우리 사회의 여론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 결국 여론조사라는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여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가 그것을 알려주는 유일한 수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정확하지 않다. 지난 4·11 총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오류가 두드러졌다. 여론조사가 과연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의문이 든다.

“여론조사는 틀리기도 하고 틀릴 수 있다. 조사방법의 문제일 수 있고, 여론이라는 것 자체가 질문 몇 개로 알아내기에는 너무 복잡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가 실제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조사방법이 완전하지 않아서다. 여론조사 질문에 답했을 때와 투표할 때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응답자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 조사할 때 표본을 잘못 선택했을 수도 있다. 여론조사를 제대로 하려면 그런 가능성을 모두 파악해 오류를 막는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왜 그런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틀린 결과를 내놓는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것이 덜 들어가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오류를 방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론조사라고 하면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게 현실이다. 대답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정치인이 당선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응해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법이 개발돼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만 충분하다면 실제 여론을 정확히 반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인가.

“단기적인 의미라면 아니다. 5000만원짜리 여론조사에 5억원을 준다고 갑자기 명품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5억원을 주고 기술을 개발토록 하면 3∼4년 후에는 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조사기관들은 상당한 투자를 통해 기법을 발전시켰고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 아닌가.

“마케팅 분야의 여론조사는 그렇다. 하지만 선거 여론조사는 다르다.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어느 분야보다 강하다. 대부분 조사회사는 마케팅 분야 비중이 70∼80%다. 수익은 대부분 거기서 발생한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틀렸다고 몇 년 뒤 있을 다음 선거에 대비해 투자하기는 힘들다.”

-대선이나 총선은 국가의 지도자를 뽑는 중요한 행사다. 국민들에게 정확한 여론을 알려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거나 조사회사가 연합해 시간과 돈을 충분히 확보할 수는 없는가.

“물론 그런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면 집권여당을 편들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나온다. 유권자들이 그 결과를 믿겠는가. 어느 한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독점하는 것도 문제다. 오히려 여론조사 기법을 발전시켜 보급하는 게 맞다. 대부분 여론조사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휴대전화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휴대전화의 경우 번호를 어떻게 확보했는가에 따라 조사의 품질이 달라진다. 정부나 나선다면 그런 기법을 개발토록 도운 뒤 공개해 조사기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장기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당장의 결과에 주목한다. 오늘도 여러 신문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크게 달랐다. 같은 날 조사했는데 이렇게 다른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결과가 왜 나왔는지 파악하려면 각각의 회사가 어떤 방법을 썼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나 공개된 방법은 매우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A회사의 방법이라면 이런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B회사는 저런 방법을 사용했으니 A회사와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이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다. 어느 쪽이 정확한지 알 수 없고 둘 다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조사회사가 방법을 공개하지 않을 것 아닌가.

“필요한 만큼은 해야 한다. 세세하게 밝히면 노하우를 다 공개하는 게 되겠지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정도는 해야 한다. 물론 제도적 유도장치가 있어야 한다. A회사가 공개한 방법에 대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을 해주는 방식 같은 것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결과를 놓고 유권자들에게 이런 저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면 공개한 회사에 수요가 몰리고 시장에서 살아남아 발전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의 쟁점은 휴대전화와 유선전화의 비율이다. 회사마다 나름대로 방법을 찾았지만 누구도 정답을 말하지 못한다. 사회가 끊임없이 변하므로 이 비율도 계속 바뀌어야 한다. 이것을 공동으로 연구하면 개별 회사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조사 방법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설명하는 회사를 신뢰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여론조사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예를 들어 지지율이 A후보는 45%, B후보는 42%라고 나왔다면 유권자들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지지율 차이가 3% 포인트 정도면 다시 조사할 경우 뒤집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미세하나마 45% 나온 후보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유보적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맞다. 하지만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굉장히 좋은 정보이지만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감안해 활용해야 한다. 한계가 얼마라고 전문가들이 조언해 주면 좋은데 정보가 불완전하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유권자들이 여러 곳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해 판단하고 추가정보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안에 있으면 누가 앞선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오차범위가 ±3%인데 누가 2% 앞섰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 이길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는 것은 확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앞선 후보가 이길 확률이 60% 정도로 봐야지 100%라고 받아들이면 틀릴 가능성이 있다. 2%라도 앞선 것임은 분명하다.”

-조사 회사가 결과를 재조정하는 경우는 없는가. 의도적인 왜곡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회사도 수치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무응답자를 분류해 공식에 넣어 반영하거나 투표율을 집어넣는 기법을 사용하지만 느낌으로 수치를 왜곡하지 않는다. 여론조사 방법은 언젠가는 공개될 수 있으므로 조작하기 어렵다. 회사나 개인이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왜곡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공직선거법은 투표 6일 전부터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필요 없는 규정이다. 엘리트 의식에 불과하다. 여론조사는 정확하지 않다, 잘못된 결과가 나온다, 이게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러니 잘못된 정보로부터 유권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유권자를 무시하는 내용이다. 조사 결과를 잘못 해석하는 것은 조사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판단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한국조사연구학회는 1999년 설립됐다. 여론조사와 관련 있는 학계 및 실무 분야 전문가들이 이론을 함께 연구하고 실제 조사와 연계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현재 기관회원 30곳, 일반회원 54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여론조사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로 성장했다.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학술대회를 매년 두 차례 개최한다. 조사 과정의 불투명성, 조사 결과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다한 일반화, 특정 집단에 유리한 자의적 해석 등을 막기 위해 학회 안에 조사윤리위원회를 두고 조사윤리강령을 제정했다. 동시에 학자들이 지켜야 할 연구윤리규정, 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사를 위한 여론조사 보도지침도 만들었다.

조성겸(55) 회장은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10대 회장으로 조사연구학회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아시아조사연구학회(ANPOR) 창립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ANPOR은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 10개국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각국의 여론조사 이론을 공유하고 실무적 적용을 공고히 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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