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 앞둔 55세 회사원 사례보니… ‘노후대책’ 즉시연금 1억 가입하면 얼마쯤 받을까 기사의 사진

정년퇴직을 코앞에 둔 중소기업 고령화(가명·55) 부장은 노후대책용 재테크 수단으로 요즘 인기라는 즉시연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수중에 있는 현금을 긁어모아 1억원쯤 넣을 생각이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고 매달 일정액을 연금으로 받는 상품인데 무리해서 2억∼3억원을 묶어놨다간 급전이 필요할 때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았다. 뒤늦게 낳은 외동딸이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알아보니 즉시연금이란 상품이 간단치가 않다. 면전에서 생소한 용어들을 쏟아내는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쫓아가기도 벅찼다.

“즉시연금은 크게 나눠서 종신형과 상속형이 있어요. 회사에 따라 기간확정형이란 것도 있고요. 또 종신형은 개인형이랑 부부형이 있는데. 참 사모님은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자제분이 결혼은 하셨고요?”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졌다가 즉시연금으로 돌아오길 반복했다.

설계사의 상품 설명을 정리해 보자. 종신형은 원금과 이자를 매달 함께 나눠 받는 방식이다. 만기인 보증기간(연금을 받는 기간)은 보통 10년, 20년, 100세다. 그때까지 연금을 받고 계약이 끝난다.

“그런데 왜 종신형이죠?” “연금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없거든요. 기간확정형은 중도해지가 자유롭다는 점이 종신형이랑 달라요. 둘 다 보증기간이 길수록 월 수령액은 적어져요. 오랫동안 나눠받으니까.”

종신형 중에서 부부형은 계약자가 만기 전에 죽었을 때 연금을 배우자가 받는다. 개인형 상품은 본인 사망 시 연금 받을 사람을 계약자가 지정할 수 있다.

다음은 상속형. 이 상품은 원금을 묶어놨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확정형), 계약자가 죽으면(종신형) 한꺼번에 준다. 이 중 확정형은 계약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도 만기 전엔 원금이 안 나온다. 다만 가족은 이자를 연금형태로 계약자 대신 받을 수 있다. 상속형은 이자로만 연금을 받기 때문에 종신형보다 월 수령액이 적다. 가족이 자신의 재산을 넘보지 못하게 하는 방편으로 상속형 즉시연금에 가입하는 자산가도 있다고 설계사는 설명했다.

고 부장은 한참 뒤에야 몇 가지 즉시연금 상품에 1억원을 넣었을 때 각각 받을 수 있는 돈을 따져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든다는 종신 개인형 상품으로 비교했다. 보증기간은 20년으로 잡았다. ‘그 이후엔 좀 덜 쓰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다.

A사에선 매달 42만4000원이 나왔다. 같은 조건으로 B사에 가입하면 8000원을 더 받았다. C사에선 거꾸로 4000원이 줄었다. 그 중에 눈에 띈 건 D사였다. 매달 44만2000원을 준다는 게 아닌가.

같은 돈을 맡기고도 연금 액수에 차이가 나는 건 공시이율 때문이다. 지난 4일 현재 D사의 공시이율은 4.4%로 A·B·C사보다 0.1% 포인트 높다. 같은 1억원을 넣고 매달 2만원이라도 더 받는다니 고 부장에겐 눈곱만한 차이가 ‘웬 떡’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공시이율은 시중금리에 따라 매달 바뀌기 때문에 회사별 연금 액수는 뒤집힐 수도 있다.

“그럼 시중금리가 계속 떨어지면 연금을 한 푼도 못 받는 거 아닌가요. 안 그래도 저금리 시대라는데.” 설계사는 저금리 기조 탓에 공시이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저보증이율’이라는 안전장치가 있다며 안심시켰다. 세상이 뒤집혀도 그 이상은 쳐준다는 말이었다.

고 부장은 상속형에 가입하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도 물었다. 상속할 거액은커녕 당장 푼돈이라도 매달 받아쓰려는 처지이지만. 설계사는 공시이율이 제일 센 D사 상품으로 계산을 해봤다. 상속 종신형일 때 받을 수 있는 연금은 33만원, 만기가 10년인 상속 확정형으로 받는 돈은 28만9000원이었다. 종신 개인형보다 각각 11만2000원, 15만3000원 적다. 다른 소득이 좀 있다면 고민해볼 법도 하지만 연금만으로 생활한다면 적다는 생각이 앞서는 금액이었다.

설명을 다 들은 고 부장은 당장 가입할지 좀 더 있다가 할지 결심이 안 섰다. 딸이 내년이면 고3이고 내후년이면 대학생이나 재수생이 돼 돈 들어갈 일이 첩첩산중이다. 즉시연금도 중도인출은 되지만 젊은 나이에 가입해 연금을 받기 전일 때만 가능하다. 이때 설계사의 말이 고 부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내년엔 즉시연금 비과세 혜택이 없어질 수도 있어요. 정부가 국회에다 세법개정안을 제출했거든요. 즉시연금을 부자들 세금 회피 수단으로 보는 거죠. 1억원 이하 가입자가 절반이 넘는 상품인데. 국회의원들이 과세에 반대해서 대선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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