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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송세영] 따뜻한 미소가 필요한 때

[삶의 향기-송세영] 따뜻한 미소가 필요한 때 기사의 사진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했던 한 크리스천 정치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처음 선거에 나섰던 그는 선거운동을 하면서 유독 교회와 교인들에게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후보로서 중요한 선거운동은 유권자에게 명함을 돌리는 것인데, 교회 앞에서 만난 교인들이 특히 인색했다. “나 바빠요” “그런 것 안 받아요”라며 매몰차게 등을 돌리는 교인들을 보면서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그는 깊은 회의와 좌절에 빠졌다.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떠나 명함 하나 받아주는 데 크리스천들이 왜 그리 인색한지 여러 차례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정치에 냉소적인 교회·교인들

한번은 교회 앞에서 명함을 돌리다 비가 오고 추워 잠시 교회 현관으로 들어갔는데 바로 쫓겨났다. “나도 안수집사인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해도 교회에선 “나가세요”라며 등을 떠밀었다. 교회 안에서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니었다. 추위를 피해 잠시 들어갔을 뿐인데 굳이 쫓아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부인은 경쟁 후보가 출석하는 교회 앞에서 명함을 돌리다 봉변을 당했다. “우리 교회 장로가 출마했는데 왜 여기 와서 명함을 돌리느냐”며 면박당한 뒤 울면서 집에 왔다고 한다.

달리 보면 교회나 교인 입장에서는 거룩한 성전 앞에서의 선거운동이 불편했을 수 있다. 정치 같은 세속의 것으로부터 교회를 지키려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치에 대한 냉소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등을 떠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쌀쌀하고 매몰찬 태도나 냉소, 불신, 문전박대는 어떤 상황에서도 크리스천과 어울리지 않는다. 부정적, 비관적인 것들을 긍정과 희망으로 바꾸어 가는 게 ‘빛과 소금’으로서 크리스천의 역할이다.

지금은 선거의 계절이다. 양자구도 속에서 지지자들의 대립과 분열도 커지고 있다. 이는 다른 후보와 그 지지자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비방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어느 정도 익명성이 있는 인터넷 공간이야 그렇다 쳐도 실명성이 강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도 악플 수준의 험담이 난무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이민 가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오는 것도 이처럼 극단적인 편가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후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사회가 갈등과 분열, 대립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크리스천은 포용하고 화해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 바로 그런 크리스천이 지금 필요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후보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후보는 물론 지지자들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후보들의 정책공약도 서로 다툴 때만 보면 다른 점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점이 더 많다.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이 나라가 바로 망할 것 같지만 왕조도 아닌 민주국가에서 그럴 일은 없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불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잘하라고 격려해야 당선된 뒤 제대로 못하면 혼낼 수도 있다. 그들도 이런 유권자들을 더 두려워할 것이다.

크리스천이라면 귀를 조금 더 크게 열어 누구의 이야기든 경청해 주고, 다투는 이들을 화해시켜 보자. 또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 보자. 길을 가다 선거운동원이라도 만나면 미소와 함께 격려의 말 한마디 정도는 건네 보자. 따뜻한 사랑과 관심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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