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최고경영자상 수상한 신원 박성철 회장 “인간중심의 경영철학 40년만에 평가받아 기뻐” 기사의 사진

박성철 ㈜신원 회장(72)이 한국표준협회 제정 2012년 대한민국 좋은 기업 최고경영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40년 간 인간을 존중하는 믿음경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남북 경제협력과 평화정착에 기여한 것이 평가를 받았다. 균형 성장과 소득 분배와 관련한 경제적 갈등이 ‘경제민주화’라는 새로운 용어를 시대의 정신이거나 해답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중심의 경영’이란 말이 주는 느낌은 미덥고 신선하다. 더구나 그것이 기업의 홍보성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실제로 한 중견기업에서 40년간 기업경영 철학의 근간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를 일깨우는 호소력이 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창출 못지않게 ‘인간 중심의 경영원리’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정신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소중하다. 박 회장은 오는 18일 그간의 독특한 경영활동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갖고 상을 받는다.

-최고 경영자상 수상 소감을 말해 달라.

“신원(信元)이라는 말은 으뜸가는 믿음, 즉 최고의 믿음이란 뜻이다. 신원의 경영철학은 ‘청지기 사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재능이나 재산은 하늘이 인간에게 잘 관리하고 늘려가라고 준 것으로, 성실하게 지키고 키워서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회사 경영에 대한 이런 기본적인 자세는 당연히 인간 존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의 경영 철학과 방식이 40년 만에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은 것 같아 참으로 기쁘다.”

-신원은 그동안 국내 패션업계를 주도해왔다. 어떤 계기로 패션 사업을 시작했고 지켜왔나.

“1973년에 설립된 우리 회사는 섬유제품 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오다 90년부터는 국내 정상급 패션 브랜드를 선보여 왔다. 섬유 패션 산업은 다양한 산업의 기본 자재와 디자인을 양산하는 산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업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기업을 운영해오면서 신원의 전 브랜드를 국내에서 최장수이자 최고의 브랜드력으로 인정받는 제품으로 키워왔다.

-사업은 생명이란 무슨 뜻인가.

“사업 초기 대미 섬유쿼터제가 도입됐는데 신생업체인 우리는 전년도 실적 기준이 없어 쿼터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쿼터규제를 받지 않는 면·마와 같은 자연산 섬유로 눈을 돌려 미국으로부터 30만장의 물량을 따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자연산 원단이 없어 일본에서 마 51% 아크릴 49%의 조건으로 원단을 주문 수입해 30만장의 물량을 모두 생산했다. 그런데 검품 과정에서 원단이 마 49% 아크릴 51%라는 것이 드러나 퇴짜를 받고 파산의 위기를 맞았다. 그래서 일본 바이어를 찾아갔지만 그들은 물건을 확인하지 않은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요구를 거절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으면서 나는 일본 전역을 두 바퀴나 돌며 그 물건을 팔았다. 그렇게 어느 정도 물량을 소화하고 나자 극심한 피로감이 몰려왔다. 며칠동안이나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그때부터 나는 ‘사업은 생명’이라는 평생의 신조를 갖게 됐다.

-사업을 하다보면 양심대로만 할 수 없을 때도 있지 않은가.

“양심을 속이면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80년대 초에 영국의 밀러(W.M. Miller)사에 3만장의 스웨터를 선적할 때였다. 공장장이 300장에 하자가 있다는 긴급 보고를 해왔다. 시간이 급해 일단 물건을 보냈다. 원래 3%의 하자는 허용되는 것이 국제관례였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편지 않아 300장을 추가로 만들어 비행기 편으로 보냈다. 그런 얼마 후 300장에 대한 통관료를 청구해와 통관료까지 지불했다. 그 후 밀러사의 바이어가 한국엘 왔는데 우리에게는 오지 않고 경쟁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우리 회사에 와서 신원의 제품이 15%나 비싸다는 말을 했다. 이제 거래가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신원이 300장을 추가로 보내준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신원은 바보처럼 정직합니다. 우리는 비싸더라도 신원의 물건을 믿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바이어는 5%의 수수료까지 감면해 주겠다고 나섰다. 다음 송금 때는 추가로 보낸 스웨터 300장 값까지 보내줬다. 진실의 힘은 그만큼 놀랍고 어디서나 통한다.”

-신원은 지난해 남성복 고급브랜드 ‘반하트 디 알바자’를 론칭한데 이어 올 여름에는 세계 최고의 핸드백 브랜드 로메로 산타마리아를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이탈리아에 밀라노 법인을 설립하고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에 브랜드 론칭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경쟁사들이 불황으로 움츠리고 있는데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만 39년의 역사를 통해 업계의 특성상 변화가 많은 의류 시장에서 국내 대표 브랜드의 자리를 한번도 내주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다국적 생산처를 통한 글로벌 소싱력을 갖췄고 품질력과 디자인력으로 시장의 유행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여러 각도에서 확인했다. 마침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춘 시점에서 패션 산업이 완전히 글로벌화 돼 신원이 경쟁력을 발휘하기에 더 없이 좋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이 바로 신원 제2 도약의 호기다. 유럽 북미 동남아 중국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매출 3조원으로 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올 2월 명품창출포럼의 초대 회장을 맡았다. 포럼이 하는 일은 무엇이고, 한국 명품이 나갈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포럼은 10개 업종의 120개 기업이 모여 상품에 대한 품평회를 열고 전문가 및 소비자의 평가를 받으며 명품 개발력을 높이는 일을 다방면에서 펼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명품 제작을 다른 선진국의 일로만 생각한 측면이 있다. 명품이란 말 그대로 품질이 우선이 되는 제품, 그래서 널리 이름을 날리고 대중들이 친숙해하는 제품이다. 이제 한국의 손재주와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눈썰미와 감각도 뛰어나다. 한류의 붐을 타고 한국 대부분의 제품들이 품질도 좋아지고 국제적인 친밀감도 향상되고 있다. 글로벌 명품의 창출이야말로 내수 진작과 고용 창출, 수출증대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신원의 명품은 어떤 것이고 특징은 무엇인가.

“지난해 하반기 론칭한 남성복 반하트 디 알바자는 글로벌 명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신원 브랜드 중 최초로 한국과 이태리 프랑스 중국 등에 상표권을 출원했고 중국 최고 매출 백화점인 항주 대하백화점 입점을 앞두고 있다. 반하트는 2009년부터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브리오니를 수입 판매하면서 완벽하게 분석해 그 기술을 녹여내 만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와 개성공단에서 나눠 제작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스타일 디렉터로 영입한 세계적 거장 알바자 리노는 브리오니를 능가하는 비접착 기술을 확보한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깃털처럼 가벼운 느낌을 주고 아무리 오래 입어도 모양이 변형되지 않는다. 그만큼 북한 사람들의 손재주가 뛰어나다. 남성복뿐 아니라 여성복에서도 반하트 수준의 명품을 론칭할 계획이다. 내년에 로메오 산타마리아가 출시되면 더 큰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개성공단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에서는 떠들썩하지만 개성공단은 평온하고 기술력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2004년 6월 국내 패션기업 중 유일하게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업체로 선정돼 2005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8년 동안 꾸준히 숙달·향상된 노동력이어서 남한에서 생산되는 제품보다 품질이 우수하다. 개성 사람들은 손재주도 좋고, 머리도 좋고 세금도 없기 때문에 기업가에게는 황금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임금의 50%인데다 말도 잘 통하고 거리고 가까워서 한국이 무역규모 2조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노동력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본다. 개성공단은 8년간 한번도 공장이 멈춘 적이 없는 한반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다.”

만난 사람=임순만 논설실장 s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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