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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터뷰] 박성철 회장의 ‘청지기 사명’…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믿음 안에서 형제”

[인人터뷰] 박성철 회장의 ‘청지기 사명’…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믿음 안에서 형제” 기사의 사진

청지기. 참 폼 나는 말이다. 머슴이나 일꾼 같은 말이지만 ‘소명’이나 ‘거룩함’ 같은 분위기를 동반한다. 누구나 청지기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렵다. 기업인으로서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박성철 신원 회장은 기업 활동을 통한 사회 환원이야말로 하나님의 자녀인 청지기로서 기업인이 가져야 할 소명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난 4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4시에 새벽기도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에 대해 박 회장은 “하루의 첫 시간에 무한히 거룩한 사랑의 하나님 앞에 서면 큰 지혜와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디를 가든 만나는 사람 누구나 믿음 안에서의 형제라는 생각으로 대했다고 한다. 해외 바이어들이 30년 넘게 신원을 찾는 이유다.

신원은 월요일 아침 예배로 한 주간을 시작하며 평일에는 매일 15분씩 성경 낭독을 방송한다.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과테말라 베트남 등 신원 전체의 해외법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도 22년째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회사 전체의 합계로 보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일만 시키는 것은 믿음의 기업을 추구하는 신앙인으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밀한 기술력을 요하는 패션 기업에서 정신적 안정감을 부여하면 생산성도 그만큼 향상된다고 믿는다.

인간을 높이는 그의 경영철학은 특히 개성공단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1994∼96년에 평양에서 임가공으로 의류를 생산한 적이 있는데 북한 근로자들의 손재주를 눈여겨보게 됐다. 거기에 지리적 가까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장점 등을 고려해 북한이 패션·섬유산업에 매우 유리한 생산거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005년 막상 개성공장의 문을 열고 보니 문화와 사고방식의 차이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마음의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북한 근로자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출퇴근 한 시간 전후 공장 앞에서 1800여 북한 근로자들을 인사로 맞았다. 비가 오는 날이나 아무리 추운 날에도 개성에 있을 때는 빼놓지 않고 계속했다. 그러자 어색해 했던 북한 근로자들이 박 회장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오기 시작했고 중간 체조 시간에는 같이 하자며 박 회장의 팔을 잡아 끌 정도가 됐다.

북한 근로자들의 인심을 얻으면서 그는 ‘신(新)개성상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다른 사람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쉽게 해결하니까 그에 따른 많은 이익도 얻기 때문이다. 장사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성상인’을 쳐준다.

개성공단에도 예배처소가 있다. 직원들은 이곳을 ‘개성교회’라고 부른다. 예배드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북한 사람들도 이제는 거부감 없이 신원의 기업문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성공단 내 초코파이·진주햄소세지가 인기상품으로 떠오른 것은 박 회장이 신원 근로자들에게 이들 제품을 간식으로 제공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북한 근로자 사랑은 좀 유별나다.

박 회장은 지난 1988년 국민일보 창간을 앞두고 설립자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가 신문사 부지문제로 고심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갖고 있던 현재 국민일보 사옥 부지를 내놨다. 신앙의 힘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결단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임순만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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