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춘추

[여의춘추-박병권] 국민통합만 이뤄도

[여의춘추-박병권] 국민통합만 이뤄도 기사의 사진

“이번에 선출될 대통령은 좌우를 뛰어 넘어 사회 갈등 해소에 진력해야 성공한다”

대선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점에 여야간 안간힘을 다한 막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선거란 원래 현 정권의 심판 기능을 하는 것인데, 이번 선거에는 그것이 사라졌다. 대신 과거 정치세력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미 고인이 된 두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두고 설전이 난무했다.

누가 당선되든 앞으로의 5년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경제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 취업하기 어려운 청년들, 퇴직해도 살길이 막막한 베이비 붐 세대,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성관련 범죄들…. 따라서 18대 대통령도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유력한 두 대선후보는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어 거국내각을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우리 사회의 고질 중 하나가 바로 이분법적인 사고에 기초한 편가르기라고 할 때 이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제발 재임기간 5년 동안 경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려 하는 등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통합의 기초만 마련해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우리 정치가 사회갈등을 해결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쌍용자동차, 기륭전자, 한진중공업 사태를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중국 상하이차에서 인도 마힌드라로 매각된 쌍용차는 2009년 무려 2600여명이 정리해고됐다. 복직투쟁 과정에서 20여명이 희생됐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미국 포드에 팔린 스웨덴의 자존심 볼보자동차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2008년 3000여명이 정리해고된 볼보차의 경우 스웨덴 노동시장국을 비롯해 직업보장협회와 직업안정기구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해고 근로자의 생계 보장과 재취업을 알선했다. 이런 노력으로 2년 만에 60%가량은 복직하거나 재취업했고, 40%는 전직했거나 재취업 훈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좌우 진영 논리를 넘자고 주장하는 송호근 교수의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짧은 기간 압축적 성장에 성공하고 민주적 사회로 진입한 우리가 스웨덴이나 독일처럼 사회 이익집단간 대통합을 못하라는 법은 없다. 가령, 대기업 노조가 양보해 비정규직에게 자리와 시간을 내주고 기업은 좀 더 많은 세금을 내, 이 돈을 소외계층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으면 훌륭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진다. 이 일을 정치권이 감당해야 한다. 성장으로 얼마간의 돈을 더 버는 것보다는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이 행복지수가 훨씬 높지 않겠는가. 일자리 정치란 바로 이것을 말한다.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인의 권모술수의 상징인 것처럼 부정적 이미지로 통하지만 그를 제대로 연구한 사람들의 입장은 좀 다르다. 그는 유명한 ‘정략론’을 통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일이 조국의 존망에 걸려 있을 때는, 그 수단이 옳다든가 그르다든가, 관대하다든가, 잔혹하다든가, 칭찬받을 만하든가 수치스럽다든가 하는 것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목적은 조국의 안전과 자유를 유지하는 일이라고.

요약하건대, 정치를 윤리와 같은 것으로 규정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는 차원이 달랐다. 마키아벨리는 지도자의 3대 요소로 비르투(역량, 재능, 기량), 포르투나(운 또는 행운), 네체시타(시대정신)를 들었다. 이탈리아어 ‘비르투’는 라틴어 ‘비르투스(德)’에서 비롯됐다. 다만 마키아벨리 이전의 정치철학자들은 비르투스를 ‘덕치’로만 해석했을 뿐이다.

정치가 반윤리적이어서는 안 되겠지만 정치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5년 단임 대통령을 하면서 온갖 문제에 전념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갈등을 해소하는 데 진력했으면 한다. 그래야 통합을 명분으로 반대 진영의 사람을 끌어 모은 두 후보의 체면도 서지 않을까. 착하다는 평판을 받기보다는 능력 있었다는 평가를 얻기 바란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