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빈] 미래를 위한 선택 기사의 사진

이제 18일 밤 12시가 되면 실망스러웠던 대선 레이스가 종료된다. 이번 선거 과정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과거 정권의 프레임에 갇힌 보·혁 대결 구도’라고 생각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박정희 시대의 유산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 비판에 집중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어느새 실종되었고 이념 과잉과 포퓰리즘 경쟁만 난무했다. ‘무상 시리즈’가 재원 확보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무책임하게 던져졌다.

유권자들은 11월이 되어서야 후보들의 종합적 공약을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세부 내용은 생략되었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부실한 보고서였다. 그런데도 아직 진행형이다. 박 후보의 대선 직후 국가지도자연석회의 개최, 문 후보의 공동정부 구상 주장 등 거의 매일 새로운 공약이 쏟아져 유권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선거 기간 내내 야권 단일화가 핵심 변수로 작용해 온통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언행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다. 대진표가 뒤늦게 짜여 완성된 공약의 제시는 뒷전이 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유권자의 알권리를 충족해줄 TV토론회는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돌발행동으로 효과가 반감되었다. 뒤늦게 형성된 양자 간 대결에서 후보들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에 몰두하고 있다. SNS와 온라인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악의적인 폭로,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밋 롬니 후보는 선거가 종료되자 버락 오바마에게 직접 전화해 당선을 축하하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당파적 논쟁을 지양하고 초당적 협력에 힘써줄 것을 당부한다. 선거 과정에서의 분열과 갈등을 봉합하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며 새로운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너무나도 부러운 모습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선거를 좌우했던 지역주의가 최근에는 약화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2002년 대선 이후 이념·세대 변인이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도 예외가 아니며 이념 갈등이 지역 갈등과 중첩되어 과잉 충돌되는 모습을 보인다. 양당제에서 정상적인 이념 경쟁은 정책 경쟁으로 나타나는데, 우리의 이념 과잉은 상대 세력에 대한 비이성적인 혐오로 연결되고 있다.

이제라도 대통령 선거가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쪽 후보들이 주장하는 ‘새정치’와 ‘대통합’이 차기 정부에서는 반드시 한꺼번에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기성 정치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나가는 것, 갈등과 반목이 아닌 모든 국민이 화합에 동참하는 대통합 정치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다.

지난 7월 한국정당학회가 실시한 국민 의식조사에서 국민의 약 85%가 현재의 사회 갈등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와 ‘이념갈등’을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그래서 우리의 선거는 선거 전문가인 라이커(W Riker) 교수가 지적한 대로 대중주의적 의미를 가져야 한다. 선거가 단순한 정권교체의 수단이 아닌 국민의 일반 의지(general will), 즉 공공선(公共善)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차기 정부의 과제는 매우 명료하다. 침체에 빠진 서민경제를 회복하고 경제적·사회적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이다. 물론 누가 집권해도 쉬운 과제는 아닐 것이다. 참여정부에서처럼 ‘정치개혁’에 올인해서도, 현 정부와 같이 ‘경제적 효율성’에만 집착해서도 안 된다.

정치 리더십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제 우선주의는 국민적 공감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 선거가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사회 갈등에 대한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통합의 과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투표가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선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윤종빈(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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