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내 영혼의 책갈피] (25) 행복은 선택이다 기사의 사진

행복은 선택이다 (김상복, 도서출판 횃불)

쿠바 여행을 잊을 수가 없다. 가난해도 특유의 낙천성이 넘치는 곳이었다. 해풍에 페인트가 삭아내린 낡은 아파트와 패널집들, 심지어 나부끼는 색색의 남루한 빨래들에서조차 낙천성이 내뿜어져 나오는 곳이었다. 아바나 거리를 걷다 보면 불쑥 손을 내미는 노인이나 아이들을 수시로 만나게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거지’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모독적일 만큼 표정이 밝고 환했다. 흡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난 듯 환히 웃거나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재잘거리며 친밀감을 보이는 것이다.

대체 가난과 남루에도 불구하고 무엇이 저들의 영혼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가, 탁함이라고는 없는 맑은 눈빛을 간직하게 하는가, 배꼽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환한 미소와 기쁨의 기운을 발산하게 하는가 싶은 것이다. 당장 저녁거리가 없지만 골목이나 광장 할 것 없이 밀려왔다 사라지는 타악기 마리카스의 리듬과 함께 아드레날린이라도 주사한 듯 일어서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쿠바의 음악들인 손(son), 룸바 그리고 쿠반 재즈의 선율 속에 잠겨 핏줄을 타고 흐르는 듯한 그 자장 속으로 빨려들어가다 보면 ‘살아 있다는 것’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눈물겨워질 정도인 것이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도 “현실의 크고 작은 결핍쯤이야”하는 생각과 함께 간지럼처럼 퍼져오는 행복감에 잠기게 된다.

그런 면에서 피상적 여행자의 눈으로만 보면 쿠바는 가난한 낙원처럼 보인다. 흡사 “내일 일은 난 몰라요. 하지만 오늘만은 행복해야 되겠어요. 태양은 저처럼 빛나고 바다는 저토록 아름답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 삶은 성경적이기까지 하다. 쿠바 여행 중에 나까지 전염되어 오는 듯한 그 행복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다. 기질 탓일까, 환경 탓일까 하고.

그러다 서울에 돌아와 훨씬 더 가졌지만 훨씬 덜 행복해 보이고 심지어 불행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내 나름의 몇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행복은 소유의 순이 아니라는 것과 행복은 선택사항일 수 있겠다는 것.

그러다가 이 책을 읽고 내 생각에 힘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아주 심플하고 명쾌하게 행복은 선택이라고. 구원은 은혜지만 행복은 선택이라고. 따라서 아무도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고 역설한다. 왜냐하면 행·불행은 개인적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역설적인 것 같은데 참으로 놀라운 언급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행복을 선택사항이라고 생각지 못하며 인생을 살기 때문이다. 은연중 행·불행은 어떤 조건과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언급은 아주 래디컬한 정도인 것이다. ‘행복이 선택사항이라고? 설마 그럴 리야’하고 책장을 여는 것이지만 읽다 보면 ‘그렇구나. 행복이 선택사항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가 책의 후기에 오면 ‘그렇다.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새로운 맹주가 된 미국은 한때 쿠바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을 ‘비합리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현실감 없는 사람들’이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았지만 그 미국의 작가였던 헤밍웨이는 미국을 떠나 정신적 쿠바인으로 살다 갔다. 어쩌면 쿠바인들의 그 낙천성과 행복 DNA로 자신의 우울과 불행감을 치유해 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쿠바인들이 ‘행복’을 선택한 듯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정작 행복한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그들 자신이 아니고는 알 길이 없다. 이 책은 말한다. 참으로 행복하되 지속적으로 행복하고 뼛속 깊이 행복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될 크고 놀라운 선택사항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이고 그분의 말씀이며 계명이라고.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선택하고 그분의 계명을 순복하기로 선택하고 그분의 약속을 믿고 바라고 따르기로 선택하는 그 위대한 선택이야말로 행복한 인생의 최고 비결이라고. 그리고 ‘신명기’를 통해 이를 연역적으로 해설한다. 하나님 안에 살면 궁궐이나 초막이나 그곳이 천국이라고.

비슷한 시기에 ‘행복’에 관한 또 다른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영국 BBC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행복에 대한 전문가 여섯 사람의 연구서였다. 이 책 역시 출발은 다른데 귀결은 상당 부분이 겹쳐진다. 특히 ‘긍정의 씨앗을 심어주는 영성’을 일구어 갈 것을 권유하는 점에서 그렇다. 미소만으로도 삶이 배로 행복해진다”고 하는 대목도 나오는데 그런 점에서 ‘행복은 선택이다’의 저자야말로 그 온화하고 온유한 미소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사람에게 은은한 행복감을 전해줄 사람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책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되는 것도 저자가 그 삶으로서 이를 입증한 때문일 것이다.

(서울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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