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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정진영] 패자를 위한 기도

[삶의 향기-정진영] 패자를 위한 기도 기사의 사진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 19일 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추위는 살을 에었다. 11시가 지나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곧 도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사 주변의 분위기는 절정을 이뤘다. 대낮같은 조명 아래 지지자들과 국내외 취재진, 그리고 경호 경비를 맡은 경찰 등 수백명으로 일대는 북새통이었다. 당사에서 50여m 떨어진 곳에서는 박 당선인 지지자들 모임인 ‘근혜동산’ 회원 수십명이 대형 트럭을 개조한 임시 무대 위에서 쩡쩡 울리는 반주에 맞춰 대중가요를 부르며 자축하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가운데 당사 앞 지지자들 사이에서 어디선가 귀에 익숙한 음률이 들렸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성탄절이면 늘 불리는 찬송 109장이었다. 목에 빨간 목도리를 한 새누리당 지지자 10여명이 부른 찬송은 번잡함과 소음 사이에서 물결처럼 퍼져 나갔다.

19일 밤 서울 여의도와 영등포

대선 승리 축하 마당에서의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찬송은 다소 의외였다. 11시10분쯤 박 당선인이 탄 차가 도착했다. ‘박근혜’와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열광적 함성은 그가 당사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한참이나 서여의도 밤을 달궜다.

그 시간, 문재인 후보는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와 영등포 민주당사로 향했다. 11시40분쯤 당사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기다리던 150여명의 당직자,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여기저기서 “사랑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울음 섞인 외침이 터져 나왔다. 55분쯤 당사에서 기자들 앞에 선 문 후보는 “새 정치를 염원하는 국민 마음을 받들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여의도와 영등포의 상반된 풍경처럼 두 사람의 갈 길도 극명하게 갈렸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에서의 새로운 5년 설계에 들어갔고, 문 후보는 자신의 꿈을 접었다.

한국 교회와 성도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를 위해 기도한다.

축하와 위로 간구하는 성도들

박 당선인에게는 축하와 함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해낼 수 있는 능력을 주시어 모든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간구한다. 무엇보다 분열과 갈등의 역사를 협력과 상생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화해의 마음을 갖도록 성원할 것이다. 성원했던 사람들의 뜻뿐만 아니라 자신을 반대했던 여론도 가슴에 품고 공약대로 ‘100% 대한민국’을 위해 애써줄 것을 염원한다.

패자 문재인을 위한 기도는 더욱 절절하다. 그가 주창했던 ‘공평한 출발과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없게 됐다는 좌절과 아픔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성도들의 기도는 문재인을 향한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로 확산된다. 아울러 차기 대선의 꿈을 접은 문재인이 정치권에서 백의종군하든,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가든 박 당선인과 함께 새로운 5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바람도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사자굴에 처박혔던 다니엘이 다시 웅비했듯이 그가 오늘의 패배를 털고 일어나 강건한 모습으로 재기하기를 간구한다. 그의 뜻이 어떤 형태로든 대한민국을 위해 선용될 수 있도록 바란다. ‘실패자’의 기도를 소중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뜻을 그가 절실히 깨달았으면 좋겠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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