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공연계는 어느 해보다 풍성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가 관객 23만명을 모으며 역대 뮤지컬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블루스퀘어 디큐브아트센터 등 전문공연장에선 대작 뮤지컬이 흥행 열풍을 이어갔다. 연극계도 여러 편의 수작을 내놓았고, 클래식계도 해외 대형 오케스트라와 유명 연주자의 방한이 이어졌다. 발레 열풍도 계속돼 발레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최고 흥행작 ‘위키드’=‘위키드’가 ‘오페라의 유령’이 세운 흥행 기록을 7년 만에 깨면서 국내 뮤지컬 흥행사를 다시 썼다. 종전 기록은 2005년 ‘오페라의 유령’이 세운 19만명. ‘위키드’는 약 5개월의 공연 동안 모두 23만5000명을 모았다. 국내 수입·제작사인 설앤컴퍼니 측은 “뮤지컬 관객 23만명이면 영화 관객으로는 460만명 정도 되는 것”이라고 추산했다. 유료 객석 점유율도 ‘오페라의 유령’이 세운 역대 최고 기록(94.8%)을 깨면서 95%를 넘어섰고, 총 매출액도 당시 190억원보다 훨씬 많은 260억원을 기록했다. 흥행 요인은 무엇일까. ‘오즈의 마법사’를 새롭게 해석한 기발한 상상력,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는 메시지, 음악·무대의 뛰어난 완성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 공연장 활성화=지난해 하반기 잇달아 문을 연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와 한남동 블루스퀘어(사진)는 뮤지컬에 특화된 전문 공연장으로 대형 뮤지컬 흥행을 이끌었다. 디큐브아트센터는 개관작 ‘맘마미아’와 ‘시카고’에 이어 최근 개막한 ‘아이다’까지 오랜 인기 레퍼토리로 순조로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블루스퀘어는 개막작 ‘조로’부터 ‘엘리자벳’ ‘위키드’ 등 신작을 올렸다. 올해 대미를 장식하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월드투어 공연은 지난 7일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하기 전부터 이미 두 달 치 표가 모두 팔려 ‘위키드’를 능가하는 흥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뮤지컬 한류=일본을 중심으로 뮤지컬 한류가 아시아 시장에 형성되기 시작한 해였다. ‘궁’ ‘쓰릴미’ ‘잭 더 리퍼’ ‘광화문 연가’ ‘빨래’ ‘런투유’ 등 창작뮤지컬이 일본에서 다시 공연되거나 새로 진출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내년 초 일본 공연을 확정지었다. 내년 4월에는 CJ E&M이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아뮤즈와 함께 도쿄 롯폰기에 ‘아뮤즈 뮤지컬 씨어터’를 열고 한국 창작 뮤지컬 7편을 한국어로 공연할 예정이다. 국내 공연에서도 원조 한류 스타인 안재욱과 JYJ의 김준수 등 아이돌 가수의 출연으로 외국인 관람객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티켓 가격 실험=지난 9월에는 뮤지컬 ‘영웅’의 ‘5만원 티켓’ 선언이 공연계를 달궜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 온 에이콤인터내셔널은 ‘뮤지컬 가격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대극장 공연인 ‘영웅’의 가격을 5만원으로 책정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온갖 할인 정책이 난무하는 공연계에서 체질 개선의 시작이 돼야 한다는 지지론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반대론이 오갔다.

◇연극계 잇단 수작=연극계에서는 공공극장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국립극단은 삼국유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리즈로 선보인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명동예술극장은 ‘돈키호테’ ‘고곤의 선물’ ‘한여름 밤의 꿈’ ‘십이야’ ‘아워 타운’ 등 고전으로 호평 받았다. 남산예술센터는 ‘전명출 평전’ ‘878미터의 봄’ ‘푸르른 날에’ 등 사회성 짙은 수작을 올렸다. 대학로에서는 연극배우 출신으로 드라마에서 새롭게 주목받은 이성민이 출연한 극단 차이무의 ‘거기’(사진)가 큰 인기를 끌며 매진과 연장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1950년 국립극장 전속극단 신협에서 활동을 시작해 2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고 국립극단 단장을 지낸 원로 연극배우 장민호씨가 지난 11월 별세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 방한=2008년 영국 음악잡지 ‘그라모폰’이 뽑은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인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를 시작으로 영국 런던 심포니,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독일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 악단들을 이끈 지휘자의 면면도 화려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러시아·사진), 마리스 얀손스(라트비아), 로린 마젤(미국), 파보 예르비(에스토니아), 미하일 플레트네프(러시아) 등이 지휘봉을 잡았다.

◇유명 피아니스트의 공연=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루마니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가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윤디와 랑랑을 비롯해 캐나다 출신의 바흐 스페셜리스트 안젤라 휴이트, 프랑스 출신의 현대음악 스페셜리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 체코 출신의 베토벤 전문 루돌프 부흐빈더 등의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고가티켓 논란=야외 오페라 ‘라보엠’(사진),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지젤’ 등이 고가 티켓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VIP석이 57만원에 달했던 ‘라보엠’ 공연은 판매 부진으로 공연 횟수가 절반으로 축소됐다. 결국 45만원짜리 R석 티켓이 소셜커머스를 통해 6만원(학생)·12만원(일반)에 나오기도 했다. 국내 발레 공연 사상 최고가인 40만원(VIP석 기준)을 기록한 ABT의 ‘지젤’ 공연은 미국의 스타 발레리나 줄리 켄트의 출연에도 불구, 평균 유료 객석점유율 30%를 가까스로 넘긴 채 막을 내렸다. 충분한 시장 분석 없이 명성에만 기대어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티켓 값을 책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발레 전성시대=발레 열풍은 올해도 계속됐다. 올해 창단 50주년을 맞은 국립발레단은 창작발레를 비롯해 ‘지젤’ ‘스파르타쿠스’ 등 품격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영국 출신 케네스 맥밀란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국내 초연해 호평 받았다. 국내 발레단의 활약과 더불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강수진이 소속된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등 세계적인 발레단도 내한했다.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에서 당당히 주역으로 활동 중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 ABT 수석무용수 서희를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서 볼 기회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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