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과학읽기] (50) 4차원 세상의 그리스도 기사의 사진

살바도르 달리는 핵물리학의 발전으로 밝혀진 새로운 세계관과 원자폭탄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초현실주의 시기의 나는 프로이트의 내적인 세상, 경이로운 세상의 도상을 창조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바깥세상, 물리학의 세상이 심리학을 초월했다”며 기하학, 양자물리학, 기독교적 의미가 융합된 ‘핵원자력 신비주의’ 시대임을 주장한다.

1954년에 그린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는 이 시기의 대표작이다. 르네상스풍의 전통 화법으로 인물을 묘사한 이 그림 안의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는 3차원 정육면체를 4차원으로 만드는 하이퍼큐브, 즉 초입방체의 전개도다. 그리스도 몸 위에 작은 네 개의 정육면체가 그리스도를 누르는 못처럼 사각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큐브 위의 예수는 십자가에 박혔으나 고정되어 있지 않은 듯 고문이나 고통의 흔적도 없이 부양하고 있는 것 같다. 달리의 부인 갈라도 부양하는 예수를 바라보며 어떤 슬픔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4차원의 하이퍼큐브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세계를 상징하는 것일까. 예수는 육체적 고통을 이겨낸 영적 승리를 보여주며 지구의 중력, 증오, 전쟁, 죽음, 열망을 넘어서고 있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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