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영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준 감동 기사의 사진

“우리 군과 군대 생활에 대한 애정 충만한 따뜻한 영화가 보고싶다”

어제 모처럼 크리스마스 기분을 맛보고 싶어 영화를 보았다. 제목에 끌려 선택한 것은 캐럴로 더 유명한 ‘화이트 크리스마스(1954)’. 그러나 정작 이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크리스마스보다 다른 측면에서 느끼는 게 많았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린 가수 겸 배우 빙 크로스비와 코미디언, 배우, 댄서 등 만능 연예인 대니 케이가 주연한 이 고전 영화는 브로드웨이 엔터테이너 역을 맡은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기본 뼈대다. 하지만 그 제재는 군, 그리고 따뜻한 전우애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2차대전에 참전한 뒤 브로드웨이 스타로 출세한 두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옛 사단장이 전역 후 스키장이 있는 시골 오지에서 여관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급사노릇까지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해 따라 눈이 오지 않아 여관이 경영난에 봉착하자 부대원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옛 지휘관을 돕기 위해 크리스마스이브에 여관에서 자신들의 대형 쇼를 열기로 한다. 두 사람은 옛 전우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여관에서는 쇼와 함께 부대원들의 감격적인 재상봉이 펼쳐진다. 이때 밖에는 흰 눈이 펄펄 내리고 ‘화이트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전설적 작곡가 어빙 벌린이 음악을 담당한 이 뮤지컬 영화의 노래는 대부분 사랑과 관련된 것이지만 군과 관련된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장군을 어떻게 하지?(What Can You Do With General?)’다. 빙 크로스비가 옛 전우들을 불러 모으려고 역시 옛 전우가 진행하는 TV 프로에 출연해 부르는 노래.

“전쟁이 끝나면 일자리가 널렸지/ 사병들한테는/ 그렇지만 장군들은 별 볼 일 없어/ 하긴 이상할 것도 없지// (후렴)장군들을 어떻게 하지?/ 그가 더 이상 장군이 아니게 되면/ 오, 퇴역한 장군들을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누가 장군들에게 일자리를 주겠어?/ 더 이상 그는 장군도 아닌데/ 누구나 취직하지만/ 장군을 고용하는 데는 없지// 장군들이 고향으로 개선할 때/ 가슴에는 훈장이 가득하고/ 발밑에는 진홍색 카펫이 깔리지/ 다음날 누군가 그를 보고는 ‘여기 장군이 온다’고 흥분해 소리치지만 모두들 말하지. ‘무슨 장군?’// ….”

원래 군인, 특히 장군 같은 직업군인들은 전쟁이 아니면 쓸모없는, 그러나 목숨을 나라에 맡긴 존재다. 그래서 군복을 입고 있는 한 국가가 모든 걸 책임진다. 그러나 그들도 군문을 나서면 스스로의 힘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군복을 비롯해 제복이라면 유난히 신뢰와 애정을 보내는 미국 국민들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사실을 더 깊게 느꼈으리라 생각하니 그들이 부러워졌다. 우리 국민은 우리 직업군인들을, 전역 후 그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군과 관련된 또 하나의 노래도 재미있다. 옛 사단장과 부하들이 해후하는 자리에서 나오는 노래. 제목은 ‘아이고,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Gee, I Wish I Was Back in the Army)’.

‘아이고,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 제대할 때 생각했지/ 한 점 의문도 없이/ 나는 모든 걸 힘들게 완수했노라고/ 누구보다 행복한 사나이가 됐다고/ 그러나 고생스런 민간인 생활을 몇 달 하고 나니// 아이고,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 돌이켜보니 군대가 나쁜 곳만은 아니었어// 하루 세 끼 밥 주지/ 그것도 공짜로/ 철 따라 옷 주지// 게다가 군대엔 더 좋은 게 있어/ 아무것도 책임질 게 없지// …언제나 책임을 떠넘길 상관이 있거든/ 아이고,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어.’

물론 조크 섞인, 유쾌하기 이를 데 없는 노래다. 우리에겐 왜 저런 영화가 없을까. 2차대전보다 더 치열한 전쟁 경험도 있는 데다 아직도 언제든 전쟁을 일으킬 만반의 준비를 갖춘 적이 바로 눈앞에 버티고 있는데 우리 직업군인들을 아끼고 장병들의 군대생활을 고무해 주는, 그러면서도 크리스마스의 따뜻함을 골고루 갖춘 그런 영화가. 섣부른 감상적 민족주의와 인도주의로 치장한 ‘웰컴 투 동막골’ 같은 영화 말고 한국판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논설위원 so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