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여성 대통령 당선인께 기사의 사진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지면으로나마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인께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기쁩니다.

주위에는 지난 대선 이후 ‘밥맛이 없어졌다’는 둥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둥 투정부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선인이 생물학적 여성이라서 좋습니다.

통계청의 2003년 출생·사망통계 결과에 따르면, 셋째아이 이후 신생아 성비가 여아를 100으로 했을 때 남아가 무려 136.6이나 됩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생물학적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태에서 사라져간 여아들이 꽤 많았던 이 땅에서 생물학적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당선인이 집권 보수당의 대통령 후보여서 더욱 좋습니다. 이제껏 이 나라의 여성정책들은 진보 여성단체와 진보성향의 정당이 이끌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새누리당은 여성가족부를 없애려다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겨우 존치시켰던 한나라당의 새 이름 아닙니까?

당선인이 대구(80.14%)와 경북(80.82%)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더더욱 좋습니다. 앞에 인용했던 그 통계에서 셋째아이 이후 신생아 성비가 대구는 여아(100) 대비 남아가 무려 186.6이나 됐던 곳입니다. 경북은 164.6이었습니다. 그런 지역에서 그 많은 시민과 도민들이 생물학적 여성인 당선인께 표를 던졌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통계까지 들이대도 주위에선 걱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당선인을 찍은 이들 대부분이 당선인을 보고 찍은 것이 아니랍니다. 새누리당이 당선인을 18대 대선 후보로 선출한 것에 대해서도 인물 부재론을 내놓습니다. ‘생물학적 여성일 뿐’이라는 이유야말로 가장 문제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당선인께서 한창 대선 유세를 치를 때 130명이나 되는 각계 여성지도자들은 ‘유권자에게 드리는 글’을 내놓았습니다. 당선인의 준비된 여성대통령 자임은 ‘여성운동의 역사와 성과에 무임승차하는 몰염치’라고 했습니다. 또 성평등 정책기구, 여성발전 기본법, 성별영향평가 등 여성정책의 근간이 될 중요 사안과 장애여성, 농촌여성, 성소수자 여성에 대한 공약이 없는 점을 들어 준비된 게 없다고 공박했습니다. 당선인께서 역사·책임·관계에서 불통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여성 대통령이 아닌 ‘인증되지 않은 유사 상표’라고 야유했습니다.

새해를 앞두고 당선인께서 발표한 인수위 조직에 여성문화 분과가 있고, “여성인력 활용 여부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말씀이 있었다니 반가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성 일자리 확보와 보육시설 확대는 성평등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여성운동가들의 지적입니다. 성평등이 국정 철학이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 남녀 동수가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5년 뒤 당선인께서 젠더 의식이 강한 여성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 젠더의식? 말이 조금 어렵나요. 그렇다면 바꿔 보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회적 소통을 훌륭하게 하고,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우리나라를 21세기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은 여자 대통령.” 그런 평가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우선 여성문화 분과를 이끌 분을 비롯해 행정 각부의 장관을 성평등 의식이 강한 분들을 등용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봅니다. 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십시오.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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