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년 만에 신인상 거머쥔 개그우먼 박소영 “‘이 길 맞나’ 방황했는데 내가 갈 길 맞네요” 기사의 사진

심할 땐 경쟁률이 수백 대 일까지 치솟는 방송사 코미디언 공채 시험. 그 중에서도 ‘개그콘서트(개콘)’라는 인기 프로그램이 있는 KBS의 경우 개그맨 지망생들이 선호하는 1순위 방송사로 꼽힌다.

합격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이니 한 번에 붙는 건 더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박소영(26)은 2008년 처음 응시한 개그맨 시험, 그것도 KBS 시험에서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현재 개콘 인기 코너 ‘정여사’ ‘용감한 녀석들’에서 맹활약 중인 정태호(35), 개성 강한 외모로 사랑받는 오나미(29) 등이 그의 동기다.

하지만 ‘정식 개그우먼’ 5년차가 된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박소영은 사실상 무명에 가까웠다. ‘슈퍼스타 KBS’ ‘사마귀유치원’ 등에 출연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랬던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 개콘 ‘멘붕스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이 코너에서 그는 더듬이처럼 머리를 세운 일명 ‘뿔머리’를 하고 나와 ‘4차원 답변’을 쏟아낸다. 통통 튀는 매력이 어필한 걸까. 그는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달 22일 열린 ‘KBS 연예대상’에서 김혜선(30) 홍나영(22)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여자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난 박소영은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 속 응어리졌던 뭔가가 더 압축되면서 통곡이 나올 것 같았다”고 말했다. “후보들이 다 저보다 후배였잖아요. ‘신인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후배들이 받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제 이름이 불려져서 ‘어, 이러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당혹스러웠어요.”

박소영은 사실 코미디보단 연극 무대에 꿈이 있던 배우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수원여대 연기영상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 진로를 틀었다. 학교 교수이던 배우 정보석(51) 소개로 개그맨 정찬우(45) 김태균(41)을 만난 게 계기가 됐다. 박소영은 무대 경험도 쌓을 겸 두 사람이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개그 공연장이자 코미디언 지망생들의 ‘훈련소’인 컬투홀에 들어갔다.

“처음 한동안은 당연히 무대에 못 섰죠. 그러다 어느 순간 무대에 딱 올라가서 개그 연기를 하는데 정말 재밌는 거예요. K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응시한 것도, 시험에 붙으면 개그 연기를 오래 하면서 살 수 있겠단 생각 때문이었어요. 다행히 운 좋게 시험에 붙어서 매우 기뻤죠.”

공채 시험에 합격했지만 이름을 알리는 건 쉽지 않았다. 동기나 후배들이 하나둘 인지도를 쌓아가는 모습을 볼 땐 마음이 조급해졌다. ‘과연 이 길이 나의 길이긴 한 걸까.’ 방황이 시작됐다. 그때 박소영의 마음을 다잡아준 건 바로 신앙이었다. 개그우먼 중 최고참 격인 이성미(54)가 주축이 된 성경공부 모임이 큰 힘이 됐다. 2010년부터 이 모임에 참가한 박소영은 매주 금요일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에서 정경미(33) 김경아(31) 등 선배들과 함께 성경을 읽었다.

“제가 평소에 헛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웃음). 그런데 모임에 가면 제가 무슨 소리를 해도 선배들이 크게 웃어주시는 거예요. 그 자체만으로도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박소영은 자극을 주는 동료로는 후배 신보라(26)를 꼽았다. “무대에서 풍기는 자신감이 정말 멋져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롤모델이 있는지 묻자 정경미라고 했다.

“개그우먼들 사이에선 원래 제각각 어울리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경미 선배가 주도해 다같이 여행도 가고 ‘맛집’도 찾아다니다보니 어느새 모두 하나가 돼 있더라고요. 언젠가는 저도 경미 선배처럼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새해 소망을 물었다. 그는 2012년처럼 행복한 해를 다시 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2012년엔 너무 행복하다보니 마음이 불안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감만 가지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처럼 계속 행복하자’. 그게 제 새해 소망이에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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