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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김의구] 개표 부정 있다는 SNS 괴담

[여의춘추-김의구] 개표 부정 있다는 SNS 괴담 기사의 사진

“2002년 대선 때도 선거부정 의혹 사실무근 판명… 민주당 무책임한 야합 말아야”

18대 대선이 끝난 지 2주일이나 지났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지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면 아쉬운 마음에 이런저런 소회를 올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최근 개표 부정 시비는 재개표를 관철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

개표 부정 음모론의 근거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표 가운데 무효표로 분류된 사례, 투표수와 개표수 집계상의 오류 등이 제시되고 있다. 적법하지 않은 전자개표기가 사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는 지난 1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제의 무효표는 용지나 기표 상의 요류 때문에 미분류표로 분류됐다가 추후 육안으로 확인해 집계에 포함된 표라고 해명했다. 투표수와 개표수의 차이는 개표 진행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착오이며 이를 바로잡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전자개표기도 이미 10년 전부터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후 수차례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에서 별 탈 없이 사용돼 왔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해명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SNS에서 제기된 음모론은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수검표 청원 운동이 벌어져 2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고 한다. 지난 29일에는 미국 백악관 청원 홈페이지에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 부정이 있었다. 한국인은 재검표·수개표를 원한다”는 글이 올랐고 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통반장들이 대거 선거에 개입하고, 여당 지지층을 투표장까지 실어나르던 일이 횡행하던 때가 있었지만 군 부재자 투표 시비마저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다. 이런 대명천지에 선관위가 특정 정당, 정부기관과 조직적으로 연계해 부정선거를 했을 가능성이 있으니 재검표를 하자는 주장이 아직도 사람을 불러 모은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나라 선거 이야기를 왜 백악관에 대고 하는 것인지, 발상이 도무지 납득불가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고 나선 것도 문제다. 선거에 후보를 내고 참여한 것은 선관위의 공신력을 믿기 때문이었을 텐데 선거 결과가 구미에 맞지 않는다고 근거가 부족한 음모론에 야합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한데 이런 광경은 실상 낯설지 않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57만표(2.3% 포인트) 차로 패하자 한나라당은 개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대법원에 재검표 소송을 냈다. 당시 이 후보는 선거 다음날 패배를 인정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 신중론이 많았지만, 이 후보 극성 지지자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

이듬해 1월 27일 전국 35개 지법·지원 산하 80개 개표구에서 1104만9311장의 투표용지를 재검표한 결과 이 후보의 득표수는 당초보다 불과 135표 늘었고 노 후보는 785표 줄었다. 대부분 투표용지 분류나 계산 실수 등이 원인이었고 조직적 범죄는 발견되지 않았다. 재검표 다음날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사퇴했다. 재검표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표 조작 주장을 계속 인터넷에 올리던 이 후보 지지자가 검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선거 결과가 뒤집힐 만큼 결정적인 선거 절차의 하자나 명백한 조직적 선거부정의 증거가 있다면 법원에 재검표를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될 것이다. 하지만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으로 숱한 행정력과 국민 혈세가 낭비될 재검표를 무책임하게 선동해서는 안 된다.

선거가 끝난 뒤 가장 우선할 일은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다. 그래야 승패를 가른 요인들을 되돌아보고 국정운영의 참고자료나 다음 선거 승리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승복에 인색하면 서로를 국정 파트너로 인정할 토대인 신뢰가 쌓일 수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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