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보수적 성향인 이 후보자는 수원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헌법재판관에 임명돼 지난해까지 재직했다. 법원과 헌재를 모두 잘 알고 민·형사법뿐 아니라 공정거래, 지적재산권, 조세분야에서 식견을 갖췄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헌법재판소의 보수화 경향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여론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헌재는 헌법과 법률을 해석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집단의 이해관계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기관이다. 사회가 다양해지고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의 폭이 깊어질수록 균형을 잡는 헌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하게 이뤄지는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헌재의 내적 시스템이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금의 헌법재판관 구성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 재판관 9명 중 진보적 성향의 재판관은 이강국 헌재소장과 송두환·김이수 재판관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임명했던 이 헌재소장의 후임이 바로 “보수적 가치관은 헌법재판관의 덕목”이라고 말하는 이 후보자다. 오는 3월 송 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면 진보적 성향의 재판관은 지난해 야당 추천으로 임명된 김 재판관 1명만 남게 된다.

헌법재판관의 획일적인 경력도 문제다. 재판관 9명 중 이정미·김창종 재판관을 제외한 7명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 임명되면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송 재판관을 제외한 전원이 고위법관과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여성은 이정미 재판관 1명뿐이다.

대통령 탄핵 심판,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 위헌결정 등에서 보듯 헌재 결정은 정치 지형을 바꿀 만큼 중요해졌다. 때문에 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정치권은 구성의 다양성을 깊게 고민하지 못한 듯 하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헌재 역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더욱 세심하게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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