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박근혜시대 진입로에서 (1) 기사의 사진

“예고까지 한 긴급브리핑에서 한다는 말이 ‘너나 잘하세요’ 투니 ‘불통’ 의심할 수밖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의 로드맵 작성을 주요 역할 및 책무로 한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정책방향 및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후보 적의 ‘과외선생’이나 캠프의 이론담당 참모들이 참여하는 건 당연하다. 교수들이 대거 인수위에 포진하게 된 점을 이해하자면 그렇다. 물론 새 정부에서도 이들이 할 일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들을 행정가로 활용하는 데는 절제가 필요하다. 최고의 자동차 혹은 비행기 설계자가 반드시 최고의 운전사나 조종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에는 행정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꼭 교수여야 하는 직책이 아니라면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 대통령들의 ‘교수 수집취미’(대통령과 교수 양측에 대단히 죄송스런 표현이지만)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30년쯤 전의 이야기다. 지방 대도시 상공회의소 회장 선거에 J회장과 C회장이 출마했다. 10여세 연장인 J회장은 일제시대 일본에서 중학을 나온 데 비해 C회장은 국내 명문 S대 출신이었다. J회장은 후보들의 학력이 비교되는 것에 몹시 마음이 상한 듯했다. J회장이 C회장에게 전화를 했다. “이봐요, C회장!” “예, J회장님.” “자네 S대학 나왔지?” “아, 예.” “그런데 말일세, 내 밑에서 일하는 ○사장은 동경제대 출신이야.” 소심하게 보복(?)하고 난 후의 그 의기양양해하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설마 대통령이 학력 콤플렉스 같은 것 때문에 유난히 교수들을 옆에 두고 싶어 할까! 그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폴리페서 양산에 역대 대통령들이 기여한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 가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박근혜 당선인이 선거 기간 중에만 마지못해 대중 앞에 나섰다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자신만의 성채로 돌아가려 하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인수위와 차기 정부의 조직 및 인선을 구상하느라 그랬으리라고 이해는 하지만 대선 이후 박 당선인의 얼굴을 대중 속에서 보기가 아주 어려워진 느낌이다. “이제 유권자 대 후보의 관계는 끝났다!” 아무려면 이러기야 할까마는 그래도 좀 걱정스럽기는 하다.

그간 많은 사람들은 박 당선인을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에 오버랩해서 봐 왔던 게 사실이다. 마상의 진두지휘형, 독선형 이미지다. 박 전 대통령은 없는 길을 개척해야 하는 리더였다. 따라서 그의 전장 지휘관형 리더십이 강력한 국가 견인력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위대한 개척자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결정하는 정감 풍부한 이웃형 리더가 요청되는 때다.

박 당선인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도 없는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항상 긴장하면서 일거수일투족도 허투루 하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름대로 정한 규칙, 규범 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자신조차도 용납이 안 되는 그런 모범생형 인격으로 굳어졌을 것도 같다. 그 때문에 대중 친화형, 대중 이해형 리더십이 다소 결여됐을 수 있다.

괜히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지난 5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긴급브리핑’을 예고했다. 기자들은 물론 국민들도 뭔가 중요한 발표를 하려나보다 해서 주목했다. 그런데 윤 대변인이 한 말은 ‘인수위 인사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유감스럽다는 것이었다. 야당을 겨냥해서 한 말이지만 언론이나 국민들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설명이나 해명이 아니라 반박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박 당선인은 박정희 시대의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훼손됐던 민주정치의 원리들을 과감히, 적극적으로 회복시켜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발전적으로 어우러진 선진형 민주복지국가 모델을 창출해낼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해명을 대신하고, 아버지에게 영광을 안기고, 아버지의 빚을 청산하면서, 아울러 ‘박근혜 시대의 필연성’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각설하고―특히 측근인사들, 당선인 심기 말고 국민 심기 살피기에 더 노력하기 부탁드린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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