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2013 서울시정 박원순 시장에게 듣는다 기사의 사진

민생 우선 복지예산 6조 편성

임대주택 내년 8만호 달성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1∼2층에 주말인 지난 12일 시민청(市民聽)이 문을 열었다.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에서 ‘관청 청(廳)’자가 아닌 ‘들을 청(聽)’자를 썼다. 시민청은 ‘시민 중심’을 강조해 온 박원순(56) 서울특별시장의 시정 철학이 잘 녹아들어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생활문화마당이다. 공연, 놀이, 휴식, 토론, 회의, 전시, 자유발언, 결혼식 등 다양한 욕구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 홍보·전시 공간으로 꾸미려던 이곳이 시민들이 주인인 복합공간으로 바뀐 건 박 시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 시민들을 위한 활용 방안을 강구해 달라는 박 시장의 지시로 공간과 기능을 전면 재구성해 탄생했다. 박 시장은 시민청이 시민들의 발길로 붐비던 이날 오후 바쁜 일정을 쪼개 시장 집무실에서 국민일보와의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박 시장은 “올해도 서울시정의 시작과 끝은 시민”이라며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시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으로부터 올해 서울시정의 방향과 주요 정책들에 대해 들었다.

-‘내 삶을 바꾸는 첫 번째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취임 이후 활동을 자평한다면.

“저는 평가를 받는 입장이지 평가를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단, 지난 1년2개월 시정의 좌표를 시민에게 맞추고 소통, 참여, 공개라는 동력을 가동시켜 왔다.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실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마을공동체 만들기, 공유경제·마을공동체 조성 등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씨앗들을 뿌렸다. 정책 추진의 모든 과정을 시민들이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열린 시정’도 실천해 왔다. 변화의 첫걸음을 뗀 정도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시민들에게 희망과 기대의 기폭제로 작동하고 있다면 거두게 될 열매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으로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어려웠었던 일을 꼽는다면.

“뉴타운 정책은 취임 첫날부터 제 눈앞을 깜깜하게 만들었던 난제였다. 주민들과 끊임없이 만나고 찬반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과 수많은 난상토론을 벌였다. 어려운 고비들을 넘긴 끝에 ‘뉴타운 출구전략’을 마련했다. 뉴타운 추진 여부를 주민 스스로 결정해 풀어가도록 한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부터 주민들이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그만둘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구역들이 생겨나고 있다. 난마처럼 얽혀 있던 뉴타운 문제의 해결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걸 보니 그간의 어려움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매몰비용 등 여전히 난관이 많다. 하지만 시민과 함께 문제를 풀겠다는 처음의 간절함으로 차근차근 해법을 찾아나가겠다.”

-올해 시정의 목표는.

“무엇보다 ‘민생 우선’이다. 의료·생계·보육·일자리·주택·가계부채 등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힘이 될 수 있는 현장밀착형 민생정책을 활성화시키겠다. 시는 이를 위해 올해 전체 예산의 30%에 육박하는 6조원을 복지예산으로 편성했다. 복지 취약계층 4만명에게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는 복지사각지대를 없애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취약계층 밀집지역에 보건지소도 설치한다. 가계부채가 시민들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지역 금융복지센터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중앙정부와 협력해 0∼5세 보육과 양육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일도 꼼꼼하게 챙기겠다. ‘청년 일자리 허브’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

-전세난이 심각하다. 공약인 공공임대주택 8만호 건설의 진행 상황은.

“임대주택 8만호 공약은 서울시 재정의 어려움이나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달성할 생각이다. 지난해엔 공공임대주택을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공급했다. 올해도 그럴 것 같다. 재건축이 위축됐지만 예산을 더 투입했기 때문에 내년까지 임대주택 8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밖에도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민관 협력을 통한 대학생 기숙사 확충, 대규모 재건축 단지 이사 시기 조정 등을 통한 전세대란 예방 등 종합적인 대책을 통해 시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

-젊은 부부들의 육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어린이집 확충 계획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올해 100개 늘릴 계획이다. 내년까지 동별로 최소 2개 이상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겠다. 공공기관이나 기존 아파트 단지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부지 기부채납과 어린이집 운영권을 연계해 교회 등 민간의 부지 제공을 유도한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많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을 수 있다. 보육시설 확충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보육교사, 조리사 등 사회적 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국공립 어린이집처럼 사회복지 서비스가 성장동력이 되고, 다시 복지의 자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개발해 확대해 나가야 한다.”

-서울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광정책도 중요한데.

“관광은 21세기 서울의 잠재 성장동력의 중요한 요소다. 문화·의료 분야 등의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역사자원들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바가지요금이나 외국 상품 위주의 면세점 등 쇼핑 환경도 개선해야 한다. 숙박업소도 늘리고, 인천공항 환승 고객을 서울로 유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관광안내 표지판도 한·중·일·영어 등 4개국 언어를 함께 표기하고 디자인도 통일할 것이다.”

-세계은행(WB) 한국사무소를 유치할 계획인데.

“지난해 서울시는 유례없이 많은 해외 투자를 유치한 해였다. 앞으로도 세계은행 한국사무소는 물론이고 각종 기구나 행사, 회의 등을 해외투자 유치 차원에서 조직적,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SH공사 채무가 12조원이 넘는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채무감축 공약 이행이 어렵지 않겠나.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서울시 채무는 2012년 말 기준 18조6408억원이다. SH공사 채무가 12조4230억원으로 대부분이다. 토지에 물려 있는 게 많은데 부동산 불경기와 맞물려 상황이 매우 어렵다. 마케팅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은평 뉴타운 미분양 아파트도 현장에 임시 시장실을 운영하면서까지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비록 전세가 대부분이지만 지금까지 미분양 615가구 중 521가구가 해소되는 기적 같은 큰 변화가 일어났다. SH공사에 구조조정을 포함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방안을 토대로 제2단계 채무 감축 전략을 추진하겠다.”

-서울지하철 9호선, 우면산터널, 세빛둥둥섬 등 전임 시장이 남긴 숙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그대로 두면 시민들에게 큰 부담거리가 될 사안들이다. 계약서 항목 자체에 문제가 있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의 원점으로 돌아가 단계별로 문제 요인들을 다시 샅샅이 찾아봐야 한다. 문제 해결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늦어도 올해 안에는 근본적인 처방전을 마련해 적용하겠다. 무엇보다 잘못된 경우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 게 중요하다. 시는 이를 위해 얼마 전 민자사업의 사전검증과 사후책임을 강화할 ‘서울시 계약제도 종합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지하철 9호선 요금동결 입장에는 변화가 없나.

“1심 소송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될 것이다. 관건은 요금을 올리느냐 안 올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하철 9호선의 구조적 문제를 푸는 것이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가 체결한 실시협약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적정 이윤은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9호선처럼 투융자회사인 맥쿼리인프라에 후순위 채권에 대해 15%의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한 이익을 보장해 주는 건 문제다. 계약을 변경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시에 지속적으로 재정 부담을 지우는 문제를 시정의 책임자로서 묵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나 보수 성향의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중앙정부도, 시교육청도, 서울시도 모두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소속 정당이 다르다고 해서, 진보·보수라는 낡은 가치관의 구분에 얽매여 일에 영향을 받는 경우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시민들이 더 이상 갈등 피로감에 젖지 않도록 서울시부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갈 것이다.”

-시민운동가에서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를 거쳐 행정가로 변신했다. 생각하고 있는 서울시장 이후의 길은.

“서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결과로 지금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입장은 앞으로도 한결같을 것이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다음 단계를 위한 디딤판으로 생각해 무리하게 치적 중심의 일들을 추진한다면 훗날 그 부담은 서울과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는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사진=강희청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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