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우] 증권방송 바로 서려면 기사의 사진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제일 큰 시장은 부동산이다. 대략 크기가 7000조원 이상인 걸로 추정되고 있다. 다음이 증권시장이다. 주식과 채권을 합쳐 2500조원이고 선물을 포함하면 더 커진다.

규모 때문인지 주식시장에서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대주주의 횡령과 배임은 이미 익숙해졌고, 주가조작 같은 불공정 행위도 여전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그 수법이 보다 교묘해져 증권방송을 이용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시장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 참가자 누구나 투명하고 공평하게 정보를 받았다고 인정해야 신뢰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한 손질이 필요하다.

우선 최근 문제가 된 증권방송을 통한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는 방송 인력의 윤리적 규제가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는 증권방송 출연진인 ‘사이버 애널리스트’를 감시하는 규정이 없다. 유일한 제어장치가 추천 종목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 정도인데 이 부분이 투기적인 수요와 결합할 경우 오히려 불공정 행위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자격 요건 강화도 필요하다. 증권사에서 기업 분석 업무를 하려면 1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제도가 그렇고, 내부 규정은 더 엄격하다. 사이버 애널리스트에게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당연히 어떤 과정을 통해 분석 능력을 키웠는지 알 수 없다.

주식 매매 내역에 대한 공개도 필요하다. 증권 유관기관 직원은 정기적으로 주식 매매 내역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상당한 전파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에게도 유사한 규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방송사는 질 좋은 프로를 공급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방송사는 최고의 경제와 증시 분석가는 물론 관계, 기업체 CEO까지 섭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알찬 구성을 할 경우 정보에서 재미까지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모든 걸 제공해 줄 수 있다. 이 점과 관련해 미국의 증권방송을 참고해야 한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를 카메라 앞에 세워 그들의 투자와 경영 철학을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방송이 쌓아온 신뢰와 영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데 우리도 고급의 프로를 지향해야 한다.

감독 당국은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고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 후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보통 2∼3년 이상 걸렸다. 그에 비하면 많이 개선된 게 맞지만, 문제는 주가조작 행태 역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사례 연구와 감시 시스템을 통해 대응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래야 범죄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우리는 시장 규모에 비해 투자 경험이 일천하다. 분석 방법도 명확하게 정립된 게 없다. ‘하루 40만원씩 번다’는 구호 하나에 투자자들이 데이 트레이딩에 혹했을 정도다. 경제 분석과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따지는 과학적 접근보다 과거 주가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비과학적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투자 방법에 오류가 있다면 보다 과학적이고 정립된 방법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

외국인이 국내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지 20년 만에 100조원 이상의 이익을 거두었다. 아직도 설왕설래가 계속되고 있는 론스타가 벌어들인 돈의 50배가 넘는 금액이다. 우리가 외환위기로 주식을 내다 팔 때 그들은 반대로 미래를 보고 주식을 사들였다. 그 힘은 과학적 분석에 의한 미래 확신이다. 지금 같은 분석 방법으로는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개인투자자들이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없다.

주식시장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해 주는 창구다. 국가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시장이 발전해야 한다. 이 작업은 누구 하나의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투자자와 증시 관련 기업, 정부 그리고 언론까지 모두가 힘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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