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 칼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기사의 사진

“골간은 한반도 신뢰구축이라지만 북한에 신뢰 타령은 牛耳讀經이기 십상이다 ”

최대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의 느닷없는 사퇴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새삼스레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원래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은 이른바 한반도 신뢰구축 프로세스로 집약된다. 그런데 최 위원이야말로 이 방안의 실제 입안자로 알려져 왔다. 그런 만큼 그의 사퇴는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관련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최 위원 자신이나 인수위 측은 정확한 사퇴 이유에 관해 입을 꼭 다물고 있다. 그 탓에 ‘노선 갈등설’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최 위원이 당선인 주변 강경론자들의 견제에 밀려 낙마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다. 그는 대북 제재보다 대화 및 교류를 앞세우는 유화론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최 위원 사퇴를 놓고 걱정이 태산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이른바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 강경책을 구사해 온 끝에 이제야 대화국면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지는가 했더니 결국 ‘도로 이명박’이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유화파의 평가는 가혹하다. ‘철저히 김대중 노무현을 부정하고 이승만의 반북정책을 답습한 결과 남북 간 소통은 단절되고 관계가 파탄났으며 긴장은 크게 고조됐다’는 것. 또 ‘표면적으로는 통일을, 실제로는 반통일정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체제와 인민이 남한을 거부하거나 적대하는 정책을 만들어놓고 통일을 추구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아마도 금강산 관광 중단과 5·24조치 등을 놓고 그렇게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그런가. 금강산 관광 중단과 5·24조치는 한국 정부가 선제적, 공세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다. 북한의 대남정책, 곧 도발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원인 제공자가 북한임에도 그런 정책을 놓고 북한이 거부하거나 적대하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는 앞뒤가 바뀐 것이다.

그보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이 차라리 논리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5년간의 국정성과 보고서에서 ‘원칙에 입각한 대북 압박정책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했고, 실제로 5·24조치와 국제사회의 규제 등으로 인해 북한의 외환 부족과 양극화 심화를 초래해 개방 노선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자화자찬이지만 아주 허무맹랑한 소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에 이명박 정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초 KBS의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68.9%가 남북관계 개선부터 하라고 주문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 식으로 ‘북한의 사과가 먼저’라는 의견은 28%에 불과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남북한 합의 준수, 5·24조치 해제, 무조건적 인도적 지원 등을 요구하는 대북정책 제안서를 내놨다. 한마디로 더 이상의 피곤한 남북 긴장상태는 싫다는 것,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통 크게 먼저 양보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짜인 미국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새 외교안보팀 진용도 대북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즉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와 척 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는 둘 다 대화를 중시하는 비둘기파인 만큼 한국도 미국의 흐름에 발 맞춰 대북정책을 대화 쪽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긴장된 남북관계의 지속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지만 북한의 잘못을 눈감아줄 경우 같은 잘못이 무한 반복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하나이고, 미국의 새 외교안보팀이 대화를 중시하는 것은 맞지만 동시에 미국 주도의 일방적 국제질서를 배격하고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국제주의를 추구한다는 사실이 또 하나다. 즉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면서 한국을 제쳐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최대석 위원의 사퇴가 박근혜 당선인의 대북정책 골간인 한반도 신뢰구축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약속 어기기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북한의 속성 상 북한을 상대로 한 신뢰 구축은 사상누각이고 배신당하기 십상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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