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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정진영] WCC 부산총회와 한국교회

[삶의 향기-정진영] WCC 부산총회와 한국교회 기사의 사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어떤 단체인지 아십니까. 오는 10월 말 부산에서 WCC 10차 총회가 열린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한국교회의 움직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너무 싱거운 질문이고, 교회 밖의 일보다는 오직 예수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도하는 성도들에게는 관심 밖의 물음일 수도 있다.

뜬금없이 WCC를 언급한 것은 WCC 부산 총회가 올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행사임에도 최근 또 다시 약간의 불협화음이 들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이다. 세계적인 초교파적 협의체인 WCC의 총회로 인해 오히려 한국교회의 초교파적 분열이 재확인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일말의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역량 세계에 알릴 기회

1948년 설립된 WCC는 교회와 교파 간의 대립과 반목,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기구의 핵심 동력인 에큐메니컬도 단순히 사전적 의미를 넘어 대체로 ‘교회 일치’로 해석된다. 러시아정교회 등 회원교단이 다양하고 기구의 특성이 ‘개방’을 지향하다 보니 온갖 다양한 주장이 제기된다. 이런 까닭에 한국의 보수 교단은 WCC를 공산주의나 종교다원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한국의 많은 개신교 교단들 중 WCC에 가입된 곳이 4개(기감, 기장, 예장 통합, 성공회)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 기구에 대한 한국교회의 전반적인 이질감을 나타낸다.

상당수 한국교회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WCC의 한국 측 파트너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2009년 WCC 10차 총회를 부산에 유치키로 했다. NCCK는 그 의미를 ‘성장한 한국교회의 신앙을 세계교회와 나누고 한국교회가 세계교회와 에큐메니컬 운동을 폭넓게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치 결정 이후 예상대로 한국교회의 보수 교단을 중심으로 극심한 반대가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장이 한동안 사퇴하기도 했다. ‘과연 총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난 13일 서울 명성교회에서 교계의 보수와 진보 측이 만나 총회 성공 개최를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 발표 이후 그동안 총회 유치에 가장 반대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은 실행위원회를 열어 공동 선언문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보를 대표하는 NCCK 내부가 시끄러워졌다. 선언문 중 개종전도 금지 반대 등의 내용을 문제 삼았고, 부산 총회 조직 운영을 둘러싼 갈등도 표출됐다. 지난 17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는 참석자들의 격한 감정이 여러 번 표출되기도 했다.

보수·진보 손잡고 손님 맞길

물론 이런 갈등이 총회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교회 관계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WCC 총회의 의미가 매우 심대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회들에게 WCC 총회는 체육계의 올림픽과 월드컵을 웃도는 비중 있는 행사다. 대략 7년마다 열린다는 단순한 행사 차원을 넘어 한국교회의 정신과 문화, 역량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만난 한 진보 교단 인사는 “WCC 부산 총회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까지 했다. 아직 총회까지는 9개월 정도 남았다. 다툼과 이견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주인들 얼굴이 환히 펴져야 손님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흥겨운 잔치가 된다는 것은 상식 아닌가.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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