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MB·새정부 시대 간극 메우고 일관성 갖게 하는 게 여당 할일” 기사의 사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명의 대통령과 동행하는 첫 당 대표가 된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여당 대표최고위원이 된 뒤 18대 대선에서 중앙선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선거전을 독려해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1987년 대통령직선제 부활 이후 최초로 당적을 유지한 대통령인 만큼 박근혜 당선인이 다음달 25일 취임하면 황 대표도 사실상 두 번째 여당 대표 임기를 시작하는 셈이다.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와 4대강 사업 감사 발표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19일과 21일 황 대표를 만났다. 인수위가 불통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당의 소통과 역할은 그만큼 중요해진다. 그는 박 당선인에게 차기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가 있는 점을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 하지만 호남에 베이스캠프를 쳤던 선거전 이야기를 할 때는 활기를 띠었고 향후 여당의 역할에 관해서는 분명한 어조로 소신을 밝혔다.

-인수위 소통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자기가 할 일을 또박또박 해나가는 게 박 당선인 스타일이다. 정부조직개편은 인수위가 안을 만들어서 발표한 것이고 그 다음 협의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사 등을 미리 귀띔해 여론을 떠보곤 했지만 부작용도 많았다. 이제는 당선인의 몫은 당선인이 하고, 당이나 국회로 일이 넘어오면 제대로 검증하는 게 우리 몫이다. 언론이나 국회가 각각 고유기능을 갖고 있으니 이렇게 가는 것이 선진국 스타일이다. 당선인과 수시로 대화하므로 소통에 문제가 없다. 국정운영의 큰 틀이 잡혔으니 조만간 예비 당정이 열릴 것이다.”

-4대강이나 사면 문제 등 현 정부가 정리할 일이 남아있는데.

“지난주 고위 당정에서 민생 문제를 이미 나눴다. 권력 승계 기간에 민생이 소홀히 되거나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문했다. 앞으로는 정무적인 부분도 할 것이다. 법테두리 안에서 현 정부가 마무리할 일을 돕는 게 필요하다. 4대강 문제는 사실 문제를 놓고도 정부 내 의견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상태다.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이것부터 우선 정리해야 한다. 정부 입장이 정리되면 당도 입장을 정하고 야당 입장이 정리되면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대선 결과를 총평한다면.

“시대정신과 국민 여망을 국정 어젠다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획을 그은 대선이다. 국가 위주에서 국민 위주로 국정방향을 돌린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부를 만하다. 국가에서 민생으로 전환하라는 시대적 요구를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더 잘 이해하고 실천할 준비가 돼 있느냐를 국민이 판단한 것이라고 본다.”

-야당도 민생을 강조했는데.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야당의 선거전을 현 집권층에 대한 비판과 정치공학적 접근 정도로 인식한 것 같다. 결국 진정성을 갖고 먼저 이슈화하고 신뢰와 진정성이 더 부각된 우리가 승리했다. 외환위기 때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새로운 경제,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야 했는데 이를 신자유주의와 연결시켰다. 이명박 정부도 국민성공 시대를 주창했지만 구두선에 그친 측면이 있다. 박 당선인은 균형 성장, 상생, 경제민주화, 양극화 극복 등의 민의를 반영했고 위기를 헤쳐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준 것이다.”

-박 당선인의 승인은.

“당선인이 넘어야 할 산이 3개였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 여성이다. 이런 문제들은 패인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진정성을 담아 이런 문제들을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부정적인 것들을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국민 축복의 계기, 국가 승격의 꿈으로 승화시켰다. 이런 가치 아래 우파와 중도까지 통합에 나서는 호응이 있었다. 승리의 기반에는 박 당선인 특유의 퍼스낼리티가 있다고 본다. 먼저 국민을 믿는 모습이 신뢰를 줬고 약속을 지킨다는 신뢰를 국민으로부터 받았다. 여기에다 자유 민주주의의 정통성과 국정운영 경험이 안정감을 더했다.”

-최대 고비는.

“첫 번째는 과거사 문제였다. 당선인에게 내적 갈등이 있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국민들에게는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진 듯하다. 그저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오랜 고뇌 끝에 입장을 내놔 신뢰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국민대통합 노력이 힘을 받았다. 다음으로 네거티브 공세, 흑색선전이 있었지만 여러 경험이 있어 대응을 잘했다.”

-선거 때 오랫동안 호남에 내려가 있었는데.

“57일 동안 호남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다니러 온 게 아니라 살러 왔다’고 말했다. 선거 마지막 날 유세도 호남에서 했다. 그러나 표 달라고는 하지 않았다. 표는 민심의 표출이기 때문에 표를 달라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표는 국민의 소리를 듣고 공감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호남에서 지지를 얻는 것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뉴프런티어다. 호남보고 새누리 되라 하지 말고 새누리가 호남이 돼야 한다. 호남 내려가 보니 그곳은 동토였다. 이번에 10% 넘는 득표를 했지만 땅속까지 녹으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당직부터 인구 비례에 맞춰 호남 지역 인사를 데려다 쓰려 한다. 표를 주니까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당직에 배려하고 민심을 얻으라는 게 순서다. 지난주 최고위원회를 전주에서 했다. 광주, 제주와 전국을 돌 예정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듣고 행하는 게 정치의 기본원리다. 5급 공무원 뽑는데도 본적을 안 본다. 하물며 대통령을 뽑는데 고향 따라 당만 보고 무조건 지지하겠다는 건 이제 그만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시대적 과제는.

“먼저 민생을 살펴야 한다. 민생 구현을 위해서는 경제민주화도 필요하다. 양극화를 줄이고 중산층을 복원하고 생산-유통-분배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격에 걸맞은 국민의 삶을 되찾아 드려야 한다. 자유로운 나라에 정의로운 사회까지 이뤄지면 나라가 튼튼해진다. 이게 국가적 과업이다. 이는 통일의 기반도 된다.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주축국으로 역할을 하는 게 다음의 과제다.”

-여당이 해야 할 역할은.

“신구 정부가 연속성, 일관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시대의 간극을 메우는 일이다. 새누리당은 정부에 들어가지 않고 남는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이전 정부, 국민이나 야당과 간극이 생긴다. 따라서 여당이 민주성을 견지해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당의 생명이다. 대외 관계에서 당이 할 역할을 찾아 정당 외교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쇄신 과제는 어떻게 추진하나.

“일단 다음달 중순까지 정당개혁의 밑그림을 마련한다. 정책 정당, 교육 정당, 선진국형 정당으로 진일보하는 게 목표다. 교육 정당은 당원과 당우가 가치관과 정강정책을 공유해 함께 호흡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큰 축은 여의도연구소 개편이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 독일의 아데나워 재단처럼 제대로 된 연구소를 만들도록 할 계획이다. 공천제도 등 선거제도 개편을 비롯한 정치 쇄신을 위해 우선 당에 특위를 만들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5월부터 시행되는데 이를 지원하고 제대로 정착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의원 특혜가 200가지가 넘는다는데 이를 내려놓고 백지상태에서 검토할 것이다. 물론 원내대표가 중심이 돼 할 부분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게 된 배경은.

“그동안 탈북자, 납북자 문제로 일본 측과 교류를 많이 했고 독도나 일본 교과서 문제와 관련한 활동도 많이 했는데 그런 것들이 바탕이 된 것 같다.”

-18대 국회에서 북한 인권법을 직접 발의했는데.

“원래 10년 전부터 탈북자 인권,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북한 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상임공동대표를 오래 맡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원들이 모여 북한인권법을 각국에서 통과시키자는 모임이다. 미국 일본은 됐는데 우리는 아직 안 됐다.”

-박 당선인 측의 남북 관계 구상이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색국면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느낌을 받는다는 의견들이 있다.

“우리는 확고한 틀이 있다. 국민적 합의로 이뤄진 것이면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에서는 투명성, 인도주의, 호혜주의 원칙이 있다. 정부는 헌법질서 수호와 안보의 의무가 있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있는 만큼 딱딱한 목소리도 내야 한다. 지원 정책은 민간이 하면 된다. 어린이 임산부 등 지원은 계속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매우 중요하다. 남북을 녹일 지혜가 될 수 있고 잘 발전시키면 통일을 위한 좋은 파이프라인이 될 것이다. 동독 땅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서베를린까지 통행하는 도로를 만들고 유지한 게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경제 공동의 장이 아니다. 독일처럼 문화 등 다면적 공간으로 확장해 보면 좋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조만간 개성에 한번 가보고 싶다.”

-박 당선인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대통령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 국민과 가깝게 지내야 한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박 당선인을 찍지 않은 48%도 잘 살펴야 한다.”

-친한 정치인은.

“판사 시절이던 1978년 독일에서 1년8개월간 유학하면서 김황식 총리와 가깝게 지냈다. 서울대 법대 동기인 손지열 대법관과 1년 후배인 김 총리 등 세 가족이 마르부르크의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부부가 친하게 지냈다. 이전에 당정을 하면서 김 총리한테 ‘호주에서는 교통사고 사망자 집계하듯 자살자 수를 알리는 현황판도 있다는데 수출입 실적은 챙기면서 왜 자살률은 안 챙기냐’고 했더니 최근에 노인 등의 자살 대책을 내겠다더라. 허허허.”

■ 황우여 대표는

△인천(65)△제물포고△서울대 법대△사법시험 10회△서울지법 부장판사△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감사원 감사위원△15대 비례대표 의원, 16∼19대 의원(인천 연수)△국회 교육위원장△2006∼2007년 새누리당 사무총장△2011.5∼2012.5 원내대표△2012.5 대표최고위원△한일의원연맹 회장△국회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만난 사람=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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