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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고승욱] 미래창조과학부의 청사진 보고 싶다

[여의춘추-고승욱] 미래창조과학부의 청사진 보고 싶다 기사의 사진

“새 정부 비전을 실현할 핵심 부서지만 무엇을 할지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2010년 12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국가미래연은 박 당선인의 공약 대부분을 생산한 가장 핵심적인 싱크탱크로 자리 잡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26명 중 7명, 전문위원 35명 중 14명이 이곳 출신이다.

박 당선인은 ‘미래’라는 단어에 애정이 많다.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사용했기에 의미는 더 깊어 보인다. 그가 2002년 당권·대권 분리를 주장하며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만들었던 정당이 한국미래연합이었다. 2007년 경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패한 뒤 박 당선인을 따랐던 인사들이 만든 친박연대는 3년 후 미래희망연대로 이름을 바꿨다

미래라는 단어가 워낙 강조되니 트집 잡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유신공주’라는 식의 과거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캐치프레이즈라는 말이다. 박 당선인의 본능적인 자기방어의 결과물이라는 폄훼도 있었다.

그러나 공약대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이 신설된 것을 보면 ‘미래’가 단순한 선거 구호가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다가 산업화에서 길을 찾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박 당선인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미 미래라는 단어는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관통할 핵심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런 관점에서 새 정부의 중심축은 단연 미래부다. 지금까지 나온 설계도에 따르면 미래부는 상상력과 창의력에 근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창조경제’를 이끌게 된다.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새 엔진을 우리 경제에 장착하고, 이를 동력으로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마스터플랜의 출발선이자 젊은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복지의 시작점인 것이다. 이것이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보여준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인수위는 새 정부의 효율적인 행정집행을 위해 미래부의 골격을 만들었다.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미래부는 각 부처에 흩어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진흥 기능을 전담한다. 20조원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고 본부에만 900명이 넘는 직원이 근무한다. 직원 4만4000명을 거느리고 100조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우정사업본부도 흡수한다.

물적 토대를 충분히 갖춘 것이다. 당연히 온갖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김영삼 정권 당시 견제와 조정이라는 핵심 기능을 상실했던 재정경제원에 빗대 매머드 부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쏟아져 나온다. 기대 반 걱정 반이라지만 사실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학술용어를 동원한 수많은 분석이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어도 곰곰이 생각하면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미래라는 이슈를 놓고 박 당선인이 제시한 비전과 출범을 앞둔 미래부의 모습 사이에 뭔가 생략된 게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연간 17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예산 배정권이 국가과학기술위에서 미래부로 이관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신성장동력 발굴기획을 맡던 지식경제부 직원들이 미래부에서 일하면 기업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쏟아져 나올까.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과학기술 분야가 독립하면 침체된 기초과학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

이런 원초적인 의문들을 풀어줄 미래부의 역할에 대한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수위나 새누리당에서 이 문제를 설명하려고 나서는 사람조차 좀처럼 찾기 어렵다.

미래부의 5년 후 미래가 걱정된다는 이야기는 지금 단계에서는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일 수 있다. 아직 장관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빨리 내놓으라면 성급하다는 말을 듣기 마련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기능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설명만 되풀이할 경우 박 당선인이 제시한 ‘미래’라는 비전은 정말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고승욱 논설위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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