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부하냐고요? 약자 돕는 건 당연한 일이죠”… 선행 활동 이어가는 일본인 방송인 사유리 기사의 사진

“가수 백청강(24)씨와 친하게 지냈어요. 한데 어느 날 그가 아프다며 병원에 입원했어요. 큰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암이라는 거예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아, 젊은데도 암에 걸릴 수 있구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백청강씨가 투병하는 걸 보면서 소아암환자 어린이를 도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방송인 사유리(본명 후지타 사유리·34)가 한국의 소아암환자 어린이를 돕게 된 배경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연기자대기실에서였다. 한국어 받침 발음이 어색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면 유창한 한국어 구사였다. 백청강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아무래도 물설고 낯선 서로의 한국 생활이 작용했을 것이다. 백청강은 중국 동포 출신 가수로 MBC TV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통해 데뷔했다.

사유리는 다음 달 소아암환자 어린이를 위해 10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그가 활동하는 위제너레이션 사이트에선 지난 7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5000만원을 목표로 한 모금이 진행 중이다. 이날 1000만원 기부를 처음으로 밝힌 사유리는 부끄러워 쩔쩔 맸다. 위제너레이션은 스타와 함께 즐거운 기부문화를 만들어가는 신개념 기부 플랫폼이다. 가수 션과 이소은, 탤런트 안내상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데 사유리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위안부 복지시설인 ‘나눔의 집’에 3000만원을 내놓았고, 6년 전 그녀가 ‘스타’가 되기 전에도 100만원을 기부했다. “일본인이라기보다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라는 기부 이유는 한국 팬들에게 적잖은 울림을 주었다. 지난해 9월 이후 그녀는 ‘4차원 방송인’에서 ‘개념 있는 4차원 방송인’으로 불린다. 앞서 그녀는 각종 프로에 출연해 일반 상식을 뛰어넘는 멘트로 화제가 되곤 했다.

그녀는 기부를 한 번도 생색낸 적 없다. 매니저도 두지 않아 홍보 전략도 없다. 돌고 돌아 알려진 것이다. 그녀에게 “왜 소아암환자 어린이냐”고 묻자 “제가 어린이를 너무 좋아해요”라고 답했다. 일본 동화작가인 그녀에겐 지극히 자연스런 일 같았다.

방송사 제작진 등에게 들은 그녀의 또 다른 선행을 확인했다. 2011년 5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KBS 2TV ‘세계는 지금’ 제작진과 촬영을 한 것이다. 이때 출연료 220만엔(약 2600만원) 전액을 피해 주민에게 기부했다. 기부는 둘째 치고 방사능 누출 직후라 현장에 자원해서 달려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어쨌건 그녀는 ‘골드미스’이다.

“국적을 떠나 약자를 돕는 건 당연한 거라고 봐요. 제가 한국에서 방송 활동하다 보면 낭패를 당할 경우도 더러 있어요. 언젠가 음식점에서 술 먹은 아저씨가 제가 일본인이라며 때리려고 하더라고요. 별 사고는 없었지만 재일동포들이 당하는 차별을 알겠더라고요.”

사유리의 한국 생활은 7년째다. 한국 들어오기 전 미국 뉴욕에서 유학하면서 한국 친구들과 만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후 연세대 외국어학당에 연수 왔다가 준한국인이 됐다. ‘한국 친구’ ‘찜질방’ ‘된장과 김치찌개’ 등이 한국을 못 떠나는 키워드다. 한국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그대로 있어도 다들 아름다운데 남의 눈을 너무 의식하고 살아간다”였다.

그녀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MBC TV ‘사유리의 식탐여행’은 사유리 매력의 집합체이다. 전국의 맛집 탐방 프로그램으로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과 소신 있는 맛 평가로 인기몰이 중이다. 8명의 스태프와 함께 주 2∼3일을 전국을 무대로 ‘식탐’한다. 또 같은 방송 프로그램 ‘불만제로 UP’에서도 앞뒤 안 가리는 바른 말, 소위 ‘직구화법’으로 시청자를 속 시원하게 해준다.

이런 ‘개념녀’ 사유리를 재발견하는 프로그램으로 다음 달 2일 방송 예정인 ‘사람이다Q’(MBC TV)는 그녀를 주제로 촬영이 한창이다. 사유리의 일본 도쿄행 등을 따라 다니며 그녀의 내면을 잡아낸다. 속 깊은 사유리. 여전히 꿈도 많았다. ‘시나리오 작가’ ‘여행가’ ‘볼런티어’ ‘결혼’ 등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랬더니 “자유인!”이라고 말했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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