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선우] 책임장관제 성공하려면 기사의 사진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이다. 그중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는 핵심사항이다. 그동안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책임총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언급됐지만, 책임장관은 그리 심도 있게 논의된 적은 없다.

이번처럼 장관에게 소속부처의 고위공무원에 대한 임용권과 산하기관장 선택권까지 모두 부여하겠다는 정권최고책임자의 ‘약속’은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장관의 임기가 길어지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분명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약속에 한 가지 의문을 표시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장관에게 모든 인사권 행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령 등을 정비하면 가능할 것이나, 운영면에서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우선 제도적으로 국가공무원법 32조를 수정해야 한다. 행정기관 소속 5급 이상 공무원 및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은 소속 장관의 제청으로 행정안전부장관과의 협의를 거친 후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토록 돼 있다. 현재 공무원임용령 5조에는 3급부터 5급까지의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을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에게 위임하도록 되어 있다. 책임장관제를 위해서는 이 규정들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각 부처별 위임된 인사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인사감사를 강화하면 잘못된 인사운영에 대한 안전장치까지 완비되는 셈이다.

그러나 운영적인 측면에서 보면, 현재 3급 이하의 인사권을 각 부처장관에게 위임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관이 과장 인사권까지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였다는 소문이 있는 실정이다(물론 과장된 소문일 것으로 믿는다). 하물며 국장급 인사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법규개정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대단한 각오가 없이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인사운영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리란 보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권이 출범하기 전과 후의 유혹이란 그 차원이 다르다. 권력의 재미와 중독은 누구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마물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처의 장관이 임명할 수 있는 산하기관의 공공기관의 장, 감사, 상임이사 등등의 자리를 정권을 창출한 세력권 내에 있는 사람들이 장관들 마음대로 임용할 수 있도록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가 의문시되는 것이다.

비록 대통령과 주변의 사람들이 독한 마음으로 장관의 인사권을 침해하지 않고자 노력한다 하더라도 아랫사람들이 알아서 하는 행동까지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두 번째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성과계약이다. 책임장관은 인사권과 함께 기관에 대한 자율적 운영도 함께 위임받아야 한다. 다만 자율적 운영의 내용과 그 결과에 대한 성과계약을 명확히 맺어 두는 것이 책임의 범위를 규정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건국 이래 장관에게 책임을 명시적으로 위임한 경우는 없었다. 한때, 장관과 대통령이 성과계약을 맺어 성과관리를 시도한 적이 있었으나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면 장관에 의한 부처책임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운영적인 측면에서 우려되는 사항은 책임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이다. 장관의 행정적 행위는 정치적 결과를 동반하기 때문에 정권에 부담을 주는 장관의 정책적 판단을 대통령은 어디까지 인내할 수 있을 것인가가 책임장관제 성공의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처음 시도되는 것인만큼 정부 출범 후 일정기간 동안은 대통령-총리-장관 간 책임의 범위를 규정짓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국민 역시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이들 상호간 역할과 책임규정을 위한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혼란은 인내를 갖고 일정기간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선우(방송통신대 교수·행정학)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