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전 후보 書生적 문제의식 있으나 商人적 현실 감각은 부족” 기사의 사진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요즘 새벽 2시쯤 잠이 깨면 좀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두 번째 패배한 후유증을 수습해야 할 중책을 맡은 부담 때문이다. 지난 9일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합의 추대된 문 위원장을 2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가 제1야당의 새로운 활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혁신 비대위원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다며 민주당의 중단 없는 개혁을 강조했고, 야당의 역할에 대해서는 화합하지만 대의를 버리면서까지 쫓지는 않는다는 사자성어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딱 잘라 소통을 주문했다.

만난 사람=김의구 논설위원

-대선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패장은 유구무언이다.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에 졌다고 표현했더니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고 해야 한다더라.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65%의 국민이 정권교체를 희망했다. 모든 선거는 기본적으로 평가다. 국정운영이 잘 됐으면 한 번 더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만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다. 주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세는 선거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참담한 심정이다.”

-가장 큰 패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기수나 깃발 다 책임이 있다. 기수를 후보라고 한다면 무한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깃발을 당이라면 당 정체성 문제도 있었다. 무엇보다 당에 지도부가 없었다. 그 이유는 계파주의 때문이었다. 문재인 후보에게 전권을 줬는데 지도부를 빨리 구성하지 않았다. 후보의 개성일 수도 있겠지만 계파주의 우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총감독이 없고 배우만 있는 선거가 됐다. 배우는 할 만큼 했다. 조연(안철수 후보)도 잘했다. 그러나 지리멸렬했고 전략이 없었다. 선거 전략은 집토끼 플러스 알파다. 알파는 50대고, 중산층이다. 20·30대 지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시대정신은 신뢰였다. 우리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시대정신이라 믿었다. 하지만 저들이 이슈를 선점해서 밀고 들어왔다. 국민들은 우리를 총선 때처럼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후보와 비슷하게 생각했다. 공약이 같지 않은데도 비슷하다고 봤고 우리를 불안하다고 여겼다. 우리는 교만했다. 단일 후보에 매여 최선을 다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안철수 전 후보에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안 후보가 새로운 바람을 안 일으켰으면 문 후보도 안 됐다. 하지만 순수한 것인지 한계인지 모르겠지만 정치 9단의 모습은 아니었다. 문 후보가 당선됐으면 가장 큰 공은 안 후보의 몫이다. 동시에 떨어지면 안의 책임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는 걸 염두에 뒀어야 했다. 외통수였던 만큼 조연이 아니라 공동 주연이 돼 문 후보만큼 뛰었어야 했다. 순수해서일 것이다. 노련하고 정치공학에 밝았더라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다.”

-문 후보, 안 후보의 경쟁력이 차기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이라 보나.

“두 사람이 할 탓이다. 자기 위치를 잘 정립해 가면 가능하다. 포기한다든지 노력하지 않으면 당연히 안 될 것이다”

-문 후보가 나와 당 개혁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문 후보가 가진 에너지를 무시하고 가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정치인에게는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은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질 때다. 내년 지방선거 때쯤 지원 유세해달라고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의지와 객관적 여건의 접점이 생기는 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안 후보의 ‘신당 창당론’과 ‘민주당 입당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야권을 위한 최적의 선택은.

“안 후보가 고민할 부분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문 후보가 48% 지지를 받은 것은 정치혁신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우리가 혁신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는다. 우리도 절벽에 섰다. 우리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듯 혁신을 통해 신뢰 회복해 숲을 이뤄야 한다. 새로운 숲을 만드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60년 정통야당은 문전옥답이다. 소출이 없다고 뭐라 하지만 벼랑 끝에 텃밭을 만들어도 자갈밭이 될 수 있다. 60년 문패를 쉽게 떼기는 어렵다. 우리로서도 소중한 기회이지만 안 후보가 갈 길은 여기에 오는 것이라고 본다.”

-안 후보가 민주당 경선을 통하지 않고 굳이 딴 길을 간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에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 감각이다. 문제의식이나 역사인식에서 안 후보는 나무랄 부분이 없다. 김 전 대통령은 양자를 병행하려 했다. 내가 안 후보라면 이 시점에서 이 경구를 기억할 것이다. 민주당의 오랜 전통은 문패일 뿐이다. 계속 껍질을 벗고 혁신, 변화했어야 했는데 안 후보는 그것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흐름에서 안 후보가 놓친 게 있다. 민주정부 10년, 노무현 정부 5년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정치혁신을 모범적으로 이뤄냈다. 권위주의, 금권선거가 없어졌다. 민주화 위해 국회 권한을 강화했는데 국회의 근본 역할을 축소하는 것은 정치 혁신이 아니라고 본다. 중앙당 폐지도 정당의 기본 책무를 없애 자칫 쥐 잡자고 독 깨는 격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혁신비대위원장으로 기록되고 싶다. 혁신의 첫째는 계파주의 타파다. 둘째는 특권 내려놓기다. 두 가지를 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현장에 다닐 때 계파 문제를 지적하길래 계파가 있었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분들이 진실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분들이 본 것은 계파 패권주의였다.”

-계파 청산이 가능하겠는가.

“계파는 인류가 있는 한 어디든 있다. 어느 친목모임에서도 집행부를 만든다. 거기 못 들어가면 비주류다. 인지상정이다. 문제는 독점하고 전횡하는 것이다. 상대를 배척하고 내쫓는 것이다. 2월 1일 워크숍에서 1박2일 끝장토론을 해 계파 이기주의에 대한 참회를 발표할 생각이다. 무슨 소용이 있나 할지 모르겠으나 다른 방법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야당의 역할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정치입문 때부터 갖고 있던 소신이다. 하지만 이제는 화이부동을 이야기하고 싶다. 야당이 나아갈 길이다. 백가쟁명이 민주주의다. 차이가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하지만 조화를 이룬다. 반면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다. 일사불란하지만 화합하지 못한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는데 싸우기만 하면 국민 신뢰를 잃게 된다. 선국후당(先國後黨)이다. 그래서 트집 잡기, 발목잡기는 안 하려 한다. 최소한 100일간은 공약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돕겠다.”

-대선 과정에서 여당이 전통적 야당의 이슈를 선점했는데 정체성의 차별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이분법적 구조는 20세기적 사고다. 청산해야 한다. 민주-반민주, 독재-반독재, 친미-반미, 친북-반북, 성장-분배 등 이분법에 정치가 매몰되면 본령을 잊게 된다. 이념 논쟁은 국력 낭비다. 배고픈 사람, 등 시린 사람, 억울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민생 정치, 현장 정치를 해야 한다. 맞춤형 정책을 개발하고 과학적 정책 개발로 경쟁해야 한다. 성숙한 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성숙한 여당이 있어야 한다. 다만 야당은 야당다워야 한다. 야당성을 상실하면 존재감을 잃고 잊혀진다. 야당이 죽으면 여당도 죽고 정부도 망한다. 따라서 튼튼하고 성숙한 야당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정부가 잘한 일은 칭찬하겠지만, 못한 일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비판해야 한다.”

-좌 클릭이냐 우 클릭이냐? ‘담대한 진보’란 당 강령은 수정해야 하나.

“민주당은 변함없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을 지향한다. 중도 개혁은 김 전 대통령 이후 계속된 방향성이다. 좌우 개념은 기준이 어디냐에 따라 다르므로 좌 클릭 우 클릭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키자는 게 보수라면 난 왕보수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골고루 잘살자는 게 진보라면 난 왕진보다. 둘 다 가능하다. 이분법적 사고는 버려야 한다.”

-통합진보당이나 급진적 주장과의 관계 설정은.

“의견이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는 건 자유민주주의 안 하겠다는 것이다. 연대할 수 있지만 나라면 안 한다. 생각이 전혀 달라도 연대할 수 있지만 전제가 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박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통이다. 국민들이 볼 때 불통, 외딴 섬 공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걸 빨리 불식시키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국정 파트너로 야당을 인정하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와 자주 접촉해야 한다.”

-과거 박근혜 당선인을 균형 잡힌 리더라고 칭찬한 적도 있는데, 소통만 잘 하면 잘 될 것 같은가.

“나무랄 데가 별로 없다. 나무랄 데 많으면 대통령이 됐겠는가. 국회 외통위에서 한 달 동안 해외출장을 같이 다니면서 됨됨이를 봤다. 절제와 자제력이 매우 뛰어나다.”

egkim@kmib.co.kr

■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1945년 경기도 의정부 출생△경복고, 서울대 법대△14, 16∼19대 국회의원△민주당 총재비서실장△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국정원 기조실장△노무현 정부 초대 비서실장△국회 정보위원장△열린우리당 의장△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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