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삶의향기

[삶의 향기-송세영] 한국교회, 8년 만의 리서치

[삶의 향기-송세영] 한국교회, 8년 만의 리서치 기사의 사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31일 발표한 ‘2012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는 2004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대규모 종교 관련 조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침체했다거나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그 근거는 대부분 언론보도나 개인 경험, 주위 사례 정도였다. 위기의 실체가 확실치 않으니 진단이 정확할 리 없었고, 처방도 원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한목협의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의 실체와 맥락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표본조사라는 조사기법의 한계상 오류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번 조사의 규모와 내용이 워낙 방대해 단기간에 구체적 함의를 찾아내고 분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앙의 질적 하락 주목해야

1차 조사결과 발표 내용만으로 볼 때 가장 반가운 것은 개신교인의 비율이 1998년 20.7%, 2004년 21.6%에서 지난해 22.5%로 상승했다는 점일 것이다. 더구나 개신교는 처음으로 타 종교를 0.4% 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최대종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는 2000년대 들어 개신교의 교세가 축소되고 있다는 일반적 관측이나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추이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의 오차범위가 ±1.23%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신교의 교세가 실제로는 제자리걸음을 했거나 소폭 감소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외형적·양적 지표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자족하는 것은 위험하다. 자칫 문제의 핵심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양적 지표보다는 신앙의 질적인 수준이 저하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신교인들을 상대로 신앙생활의 이유를 조사한 결과, 건강·재물·성공 등 축복을 받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10% 포인트 상승하고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해서라는 답은 15% 포인트 줄었다. 현세적 기복적 양상이 급격하게 확대된 셈이다.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했다는 비율도 2004년 77.1%에서 지난해 63.2%로 급락했다. 반면 종교다원론이나 윤회설이나 풍수지리 등 미신, 불교의 영향은 커졌다.

이는 개신교가 너무 양적 팽창과 외형에만 치우친다는 지적과 맥락이 상통한다. 개신교인들 가운데 28.5%, 비개신교인 가운데 33.0%가 양적 팽창과 외형에 너무 치우친다고 답했다. 교회가 성장하고 부흥하는 것이 문제일 리는 없다. 외형에만 매달리다 복음의 본질이 희석되고 신앙의 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목회자들은 목회자대로, 성도들은 성도들대로 철저한 자성이 있어야 하는 대목이다.

갱신·부흥의 기초 됐으면

개신교인들의 이념적 성향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다양하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이념성향 조사에서는 보수 성향이 절반 정도, 중도와 진보성향을 합한 비율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노방전도와 축호전도에 대한 찬반, 국가중대사에 대한 교회의 영향력 행사여부, 목회자 개인소득 납세 의무화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거의 절반씩 갈렸다.

한목협의 조사를 통해 한국교회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기초로 한국 교회의 갱신과 부흥을 위한 합리적 선교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