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박근혜시대 진입로에서 (3) 기사의 사진

“국민과 어울려 함께 웃으며, 반보쯤 앞서서 국정 이끄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첫 국무총리 인선에 제동이 걸리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변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이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새 정부 진입로가 예상 밖으로 험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듯하다. 지난달 30일엔가 강원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면서 인사청문회에 대해 우려의 말을 했다는 게 아마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사청문회가 능력에 맞춰지지 않고 사적인 부분이나 가족에 대한 공격으로 흐르는 점을 지적했다고 들린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의 표현이었는지, 참석자 중에 누가 그랬는지 ‘신상털기’라는 말도 나왔다는 보도다.

그런데 김용준 전 후보자는 국회인사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자진사퇴한 경우다. 여론의 검증을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당사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서면 해명서에서 자신의 가족 가운데 누군가 졸도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그 자신, 사퇴를 결심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언론 보도다.

아마 법적으로 따지면 김 전 후보자의 도덕적 하자가 자진사퇴해야 할 정도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는 억울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가 될 사람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여론의 지탄’을 받게 된 것 자체가 결격사유일 수 있다. 시대의 요구가 달라졌다는 것을 생각해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게 좋겠다.

총리감에 대한 여론이 돌변하다시피 한 것은 ‘나홀로 인선’이라는 인상 탓이었을 것 같다. 측근 인사 가운데는 그간 정치를 하면서 인물들에 대해 찬찬히 살폈기 때문에 인재풀이 좁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린다. 그러나 한 사람의 눈,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인재를 발탁하고 기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재는 천하인의 눈으로 천하에서 구해야 한다.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박 당선인의 자기 확신이다. 항상 옳게 또 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하려고 애쓰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리더로서의 마음가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내 생각’에 잘못이 있을 리 없다고 여기면 이는 독선이 된다. 독선은 필연적으로 독단과 독주를 초래한다.

언론보도를 보니까 불편한 것을 묻는 기자를 보는 박 당선인의 눈빛이 ‘얼음총’ ‘레이저 광선’으로 불린다고 한다. 보고 중에 박 당선인이 창밖을 보거나 고개를 돌리면 목소리가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말한 친박 의원도 있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 당선인의 조직 장악력이 강력하다는 뜻이겠는데, 사실이라면 바로 이 점이 ‘박근혜 정부’의 장애물 제1호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그 힘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않는다. 서운한 말이 될지 모르지만 취임하는 날부터 대통령의 힘은 약화되기 시작한다. 겉으로는 드러내 말하지 않더라도 ‘면종복배’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더 확산될 게 틀림없다.

‘그날은 반드시 온다.’ 극히 상식적인 이 말을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이 국민의 환호 속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그들은 대선 승리의 순간, 그리고 취임식 때의 기분에 취해 기껏 5년인 자신의 집권기간을 혁명의 연대로 만들 수 있을 것처럼 착각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가치들·질서들·관습들… 이런 것들과 싸우다 지친 모습으로 임기 말을 맞았다. 그들을 배웅한 것은 대중의 조소와 원망이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꿈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리더라면 국민 모두를 행복의 나라로 안내해 갈 꿈을 가질 의무가 있다. 다만 그 꿈은 국민과 함께 꾸는 꿈이어야 한다. 이 시대의 정치리더는 선지자, 선각자일 필요가 없다. 함께 걷는 안내인, 격려자이면 된다.

공화제란 다른 말로 하면 협치제이다. 국민과 함께 논의하고 국민과 함께 다스리는 것이 민주공화의 정치다. 정치의 장에서 ‘위인·영웅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더는 ‘고독한 결단’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니다. 언제나 국민과 어울려 함께 웃으며, 반보쯤 앞서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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