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고성윤] 현역병 복무단축 해법 기사의 사진

현역병 복무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한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복무기간 단축 공약은 대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군 복무기간은 불과 6년 전 현재와 같이 21개월로 단축된 바 있다. 복무기간 단축을 간절히 바라는 징집 대상자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야전지휘관과 신중론자들은 군 복무기간 단축이 안고 있는 안보상의 문제점을 우려한다. 아무튼 복무기간 단축 문제는 급하게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큰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필자는 복무기간 단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복무기간을 18개월로 할 경우 파생될 문제점은 무엇인가. 가장 우려되는 것은 병 복무기간 단축이 전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18개월 기간이 병사들의 숙련도 보장에 불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간 단축으로 높아지는 병력 순환률, 이와 연계된 숙련병 구성비의 저하는 필연적으로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야전지휘관들은 기초 전투기량이나 주특기는 공히 1년이 돼야 숙련단계에 접어들고, 최소 절반 이상의 고참병이 부대를 구성해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복무기간 단축은 병력자원 수급 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 통상 적정 수준의 전투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장정들의 규모와 복무연한을 고려해 복무기간을 결정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해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 없이 갑자기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경우 상당수의 병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입영기준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병력자원의 질적 저하가 염려된다.

따라서 복무기간 단축은 충분한 보완책을 전제로 결정돼야 한다. 그렇다면 전투력 약화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전력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현행 부사관 및 유급 지원병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관련해 단기간에 충원할 규모와 중장기적으로 충원해야 할 규모를 정확히 판단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 대책은 막대한 예산 확보를 전제로 하나 가장 중요한 보완책 중의 하나다. 그러나 18개월 복무를 할 대부분 병사들의 전투 숙련도는 여전히 미제로 남는다. 이를 위해서는 숙련도를 조기에 집중적으로 높일 수 있는 교육 훈련 과정을 개발하고, 과학화 훈련장을 증설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당장 할 수 있는 제도상의 검토도 필요하다. 병역 면제의 범위를 최대한 축소하고, 병역특례 및 전환복무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병역 소외 대상도 본인이 원하면 입영할 수 있도록 병역을 개방하는 등 제도 개선을 논할 필요가 있다. 병역의무 형평성 면에서 예외가 없도록 하는 일, 병역 면탈 의혹을 받는 일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국방개혁의 출발점이 아니겠는가. 최근 외국 거주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이 자원입대하는 수가 점증하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접근은 올바른 방향이다.

이처럼 복무기간 단축은 신중하게 접근할 사안이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상존하는 한 보완책 없는 섣부른 단축은 위험하다. 복무기간 단축은 안보 및 재정 운영 차원에서의 면밀한 검토, 특히 전투력 약화를 보완할 대안을 고려해 추진할 사안이다. 정책결정자들도 단기간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전문가 및 창끝 전투력의 근간인 야전지휘관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결정하기를 제안한다.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국민들도 자신의 안녕을 책임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연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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