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진홍칼럼

[김진홍 칼럼] ‘인사가 만사’란 말 잊었나

[김진홍 칼럼] ‘인사가 만사’란 말 잊었나 기사의 사진

‘인사가 만사’란 말 잊었나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내 이름이 나와 괴로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는 2002년 당시 김대중(DJ)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의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이후 대부분의 의혹들이 해명됐지만, 잊혀질 만하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로 계속 거론되자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여하튼 DJ가 그를 발탁한 이유는 최초의 여성 총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첫 여성 총리라는 타이틀은 노무현 정부 때의 한명숙 총리에게 넘겨줘야 했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법에 총리 후보자가 발목이 잡힌 첫 케이스다. DJ의 다음 카드는 장대환 매일경제 사장이었다. ‘미래로’라는 콘셉트였다. 당시 그는 50세였다. 그러나 그도 부동산 투기 의혹과 자녀의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황한 DJ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능력이나 자질보다 도덕성이 최우선 잣대였다고 DJ 측근은 전했다. 대법관 출신의 김석수 총리는 그렇게 나왔다. 혹시나 하는 심정에 청와대는 그에게 검증과 관련한 ‘사전 질문지’를 건네 작성토록 한 뒤 사정기관을 통해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후문이다. 앞서 2명이 거푸 낙마함으로써 야당이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가 한풀 꺾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총리 후보자 중 세 번째 낙마자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현 새누리당 의원)다. 2010년 당시 40대였던 그는 당내 대선 후보 경쟁에서 박근혜의 강력한 대항마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한 거짓 해명 등으로 청문회 둘째 날 자진 사퇴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두 아들의 병역 및 재산 문제에 걸려 중도하차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네 번째다. 그는 인사청문회가 아닌 언론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물러난 첫 사례다. 지체장애를 딛고 대법관과 헌재소장까지 역임한 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를 눈앞에 둬 한 편의 드라마로 주목받았던 건 단 5일뿐이었다.

네 사람 모두 평생 쌓아온 명예에 심대한 상처를 입은 건 물론이다. 이들 외에 인사청문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아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자들 또한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위공직을 고사하는 경우가 오래전부터 생겨났다. 길어야 5년, 짧으면 1년 뒤에 물러나야 할 자리에 앉으려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도마에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집권세력 입장에서는 엄격해진 국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인물을 찾기가 여의치 않아졌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07년 첫 총리 후보자를 물색하면서 60여명을 대상으로 검증 작업을 벌였지만 최종 통과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총리 및 장관 후보자 인선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을 찾아야 하니 골치도 아플 듯하다. 그렇다고 인사청문회 제도에 문제가 있는 듯이 언급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신상)털기 식으로 하면 모두가 상처를 입을 것”이라거나 “인사청문회가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발언은 자기모순이다. 과거 “국가 지도자가 철저한 검증을 받는 건 당연하고, 그래야 국민이 안심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어서다. 말을 뒤집지 않기로 유명한 박 당선인 스타일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인사가 매우 어렵고 동시에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은 국가를 운영하는 위치에 선 만큼 인사에 더 정성을 쏟아야 한다.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 임명이라는 첫 인사부터 어긋난 것이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논설위원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