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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김의구]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여의춘추-김의구]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스타일 기사의 사진

“아버지 때와 전혀 다른 정치 여건… 쓴소리가 미덕 될 때까지 소통 폭 넓혀야”

출범 50일을 맞은 박근혜 당선인 체제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인수위가 박력이 없고, 정부 장악력이 떨어져 일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낮은 자세, 조용한 인수’를 콘셉트로 잡은 원인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관료들에게 너무 끌려간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이란 게 원래 말이 많기 마련이지만 위헌 시비까지 빚어질 정도로 논란이 크다.

무엇보다 꼬인 것은 인사 문제다. 첫 인선인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에 대해 야당이 강력 반발했다.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임명제청동의서가 국회에 송달되기도 전 중도 사퇴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협의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 국회 동의 절차가 중단된 채 방치 상태다. 인사를 놓고 말이 나오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사가 문제가 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박 당선인이 의외로 공직 인사를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당권을 처음 잡은 것은 2004년이었다. 한나라당이 16대 대선자금 문제로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쓰고 탄핵 역풍까지 맞아 최병렬 대표 체제가 붕괴됐을 때 당 대표로 추대됐다. 당시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했지만 지역구 공천은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이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었고, 비례대표 공천은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를 영입해 전담시켰다. 자신은 공천에 거의 개입하지 않고 선거 현장을 찾는 데 전념했다. 총선 후 전당대회에서 정식 당 대표로 선출된 박 당선인의 당직 인선은 가까스로 생환한 초·재선 의원 위주로 이뤄졌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2011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에 복귀했지만 이때 공천도 공천심사위 위주로 이뤄졌다.

공직 인사는 당직 인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당직 인사의 평가는 기본적으로 당원들 몫이어서 어느 정도 도덕적 흠결이 있어도 큰 논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가의 일꾼, 국민의 공복을 뽑는 공직 인선은 엄격한 국민적 검증을 받는다. 검증 최일선에는 야당이 버티고 있고, 언론도 감시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공직 인선을 제대로 하려면 보안 유지와 충분한 소통이라는 이율배반의 절벽 사이를 무사히 통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능력과 비전을 갖췄으면서도 입이 무거운 측근들과의 충분한 의견 교환이 최선이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정치적 동반자인 친박계 인사들은 저마다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물러나 있다. 현 정권의 특정 인맥 인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의도지만 불충분한 보좌가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오래 지켜보면서 체화된 박 당선인의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와 현재는 여건이 전혀 다르다. 박 당선인이 청와대에 있던 시절 통치체제는 매우 공고했다. 그 권력이 언제 끝날 지 누구도 모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 명령과 정책 지시는 일사불란하게 집행됐다. 국회에도 두터운 인맥이 포진해 야당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기 5년의 단임 대통령 체제다. 관료 친정체제를 만들 수도 없고, 당과 국회 인맥도 두텁지 않다. 사회가 민주화돼 비판의 언로가 보장된다. 경제 규모도 커져 최고 국정운영자가 하나부터 끝까지 사안을 따져 판단할 시간도 충분치 않다.

지금 박 당선인에게는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이 이런 변화와 조화되는지 되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청와대 인선을 서두르고, 참모들과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진정으로 원하는 측근들을 가려 직언을 경청해야 하고 여당의 고언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나아가 야당과 일반 국민들에게까지 소통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런 노력을 관례화함으로써 쓴소리가 미덕이 되는 국정 스타일을 구축해야 한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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