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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염성덕] 民意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

[여의춘추-염성덕] 民意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 기사의 사진

“보수·진보 신문이 한목소리를 내면 국민 뜻으로 보고 수용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정한 뉴스 항목이 관문(gate)을 통과하거나 차단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게이트키핑 이론이다. 사설을 정할 때도 게이트키핑을 거친다. 논설위원은 회의에서 담당분야의 사설거리를 보고한다. 토론 끝에 사설 3개의 상중하를 정한다. 사설(社說)은 정해진 방향에 따라 집필해야 한다. 집필자의 의견과 달라도 회의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사설은 현안에 대한 언론사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보수·진보 성향의 신문은 종종 같은 현안에 대해 상반된 논지를 전개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존폐 문제였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소위원회(검찰소위)가 2011년 중수부 폐지를 법에 명문화하기로 합의했을 때 일이다.

검찰은 중수부가 거악과 비리 척결을 위해 노력한 점을 부각시키며 검찰소위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다. 청와대와 총리실이 뒤늦게 검찰 손을 들어줬고, 잠시 내홍을 겪은 한나라당도 검찰과 보조를 같이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반발하고 청와대가 검찰 입장에 동조한 것은 국회의 입법권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자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보수·진보 신문은 그해 6월 거악과 재벌 비리 등을 척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척결 주체를 놓고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 보수 신문은 일선 지검 특수부를 강화하면 된다는 검찰소위 주장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보강하더라도 지검 특수부는 중수부보다 인력 수사력 정보력 면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고, 검찰총장 지휘를 받는 중수부보다 지검장 휘하에 있는 특수부가 정치적 독립성이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진보 신문은 중수부가 역대 정권 때마다 권력의 입맛에 따른 편파 수사로 불신을 키웠고, 다나카 가쿠에이 전 일본 총리를 구속시킨 일본 검찰에는 중수부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중수부를 정치검찰 논란의 상징적 존재로 보고, 중수부 폐지가 검찰 개혁의 분수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보수·진보 신문의 주장이 다르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책 결정권자들은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쪽을 선택하면 저쪽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일수록 반대파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설득작업을 벌여야 한다. 그래야 반발 강도를 줄일 수 있다.

보수·진보 신문이 같은 논조를 전개하는 현안도 있다. 특히 국익과 관련되면 예외 없이 한목소리를 낸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일제히 김정은 정권을 규탄하는 사설을 실었다. 대안을 놓고 미묘한 차이는 드러냈어도 핵실험을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대의명분에 어긋나도 비슷한 톤으로 비판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에 특사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정도를 걸으라고 촉구했고, 특사를 강행하자 법치를 뒤흔든 행위라고 비난했다. 특사 남용을 막기 위해 대상자 선정기준을 법에 명시하자는 대안도 내놨다.

혈세를 낭비할 우려가 있거나 특정 집단에 과도한 특혜를 주는 안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반발한다. 국회가 ‘택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자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률이라고 몰아붙였다.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주문했고,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회에서 재의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만큼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이도 드물 것이다. 여러 면에서 헌재소장 자격이 없는 만큼 물러나라는 것이 사설의 요지였다. 그런데도 그는 버티기로 일관하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41일 만인 13일 사퇴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보수·진보 신문이 다른 주장을 펴면 모를까, 한목소리를 낸다면 이는 국민의 뜻으로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이 택시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민의(民意)를 수용한 용단이었다. 그러나 비리 측근을 특사한 이 대통령, 온갖 의혹에도 자리보전에 급급한 이 후보자는 민의를 거스른 행위를 한 것이다. 민의를 거스르면 민(民)이 버린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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