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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모순 꾸짖기, 낙서인 듯 그림인 듯… 미국 미술의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 회고전

사회적 모순 꾸짖기, 낙서인 듯 그림인 듯… 미국 미술의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 회고전 기사의 사진

낙서인가 그림인가. 21세기 미국 미술의 ‘검은 피카소’라 불리는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인종차별주의가 팽배하던 1980년대 미국에서 그는 아이의 낙서인지 작가의 작품인지 분간이 안 되는 파격적인 회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스무 살에 장 뒤뷔페(프랑스), 사이 톰블리(미국), 로버트 라우션버그(미국) 등 쟁쟁한 작가들과 함께 현대 회화의 대가로 거론된 그는 ‘신표현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뉴욕에서 아이티 출신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1977년부터 1980년까지 스프레이 마커나 오일 크레용을 사용해 뉴욕 소호 거리 외벽에 낙서그림을 그리는 그라피티(graffiti) 그룹 세이모(SAMO)를 결성했다. 그러다 팝아트의 부흥과 함께 뉴욕 화단의 중심부로 진입해 28세의 나이로 요절하기까지 8년여 동안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는 바스키아의 작품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3월 31일까지 연다. 2006년 이후 7년 만에 개최하는 두 번째 회고전으로 1981년부터 1986년까지 작업한 회화 18점을 만날 수 있다. 이전 전시가 바스키아라는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에는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과 작품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 없는 바스키아는 흑인으로서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자란 탓에 작품을 통해 자전적 이야기를 많이 다루었다. 전설의 야구선수 행크 애런, 음악가 찰리 파커 같은 미국의 흑인 영웅들과 백인우월주의 비판을 주제로 삼기도 했다. 일곱 살에 교통사고로 비장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은 그는 당시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책 ‘그레이의 해부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그려진 1981년 작품 ‘무제(Untitled)’는 붉은 십자가의 구급차와 비행기들이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묘사돼 유년 시절 교통사고에 대한 기억을 드러낸다. 그림에 표시한 ‘AAAAA’라는 이니셜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자신의 영웅인 행크 애런의 이름 첫 글자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 가운데 놓여 있는 망치는 애런이 홈런을 치는 모습을 암시한다.

바스키아의 어릴 적 꿈은 만화가였다. 만화 속에 숨어있는 현실의 이면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스포츠가 정치적인 선전을 위해 이용되고, 대중문화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상황을 만화로 그려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낙서를 통해 개념미술을 펼치는 것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낙서그림은 사회제도의 모순에 저항하고,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시도였다.

1983년 미국 휘트니비엔날레와 이듬해 뉴욕현대미술관(MoMA) 재개관전에 참여하고, 1985년 뉴욕타임스에 ‘주목 받는 작가’로 뽑힌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을 터. 1982년에 그린 자화상 ‘젊은 낙오자로서의 미술가 초상’은 불안한 그의 내면을 엿보게 한다. 그의 작품은 인종차별과 계층간 갈등으로 점철된 198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반추하고 있다. 그것은 당시 한국의 상황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02-735-8449).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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