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선제타격 가능한가 기사의 사진

북한 3차 핵실험은 우리에게 가능한 모든 대응 옵션을 검토하게 했다. 지난 6일 정승조 합참의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징후가 포착되면 전쟁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이것은 핵무기가 사용될 뚜렷한 증거가 있으면 선제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이다.

선제적 자위는 예방적 자위와 구별된다. 무력공격이 개시되진 않았지만 임박(imminent)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발동되는 자위수단이 전자임에 대해 후자는 당장 무력공격이 개시될 징후는 없으나 위협이 임박한 것으로 되기 전에 가능성을 잘라버리기 위해 발동되는 자위의 경우이다. 현 국제법상 예방적 자위는 인정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선제적 자위는 어떠한가.

1986년 니카라과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오늘날 자위권 제도는 조약법상의 그것과 관습국제법상의 그것이 병존하고 있으며 전자가 후자를 포섭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판결 176항). 자위권에 관한 조약법인 유엔 헌장 51조는 이 권리의 발동요건으로서 ‘만일 무력공격이 발생하는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무력공격이 발생하지 않으면 자위권을 발동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헌장 발효 초기에는 선제적 자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이 규정의 해석에 대한 대세였다.

그 후 대량살상무기와 첨단 전자무기의 출현으로 사정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예컨대 선수의 일격이 사활적 의미를 가지는 핵폭탄의 경우 현실적 투하를 자위권 발동의 요건으로 본다면 자위권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지상의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드는 핵폭발 후의 자위권 행사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기가 사용되는 상황에서는 무력공격에 대한 판정기준이 달라지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또한 여기에 선제적 자위를 생각해야 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동중국해에서 중국 함정이 일본 헬기에 대해 30일에는 일본 구축함에 대해 사격관제용 레이더(fire-control radar)를 쏘아 일본의 분노를 산 일이 있다. 사격관제용 레이더의 발사는 미사일 발사의 전단계이다. 미사일이 레이더에서 발사된 전파를 따라가 목표물에 명중케 하는 것이 최첨단 전자무기에서 사용되는 기법이기에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았더라도 사격관제용 레이더를 쏘면 무력공격이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게 오늘날의 실행이다. 이러한 현실을 사람에 따라서는 ‘무력공격’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보기도 하지만 대량살상무기와 첨단 전자무기의 출현으로 선제적 자위가 수용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솔직한 판단이라고 할 것이다.

자위권에 관한 관습국제법은 1837년의 ‘캐럴라인호 사건’ 과정에서 출현한 ‘웹스터 공식’을 통해 성립됐다. 이 사건은 캐나다 반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미국령에 정박해 있던 캐럴라인호를 영국군이 습격해 파괴한 사건으로 영국은 자위권 행사라는 이유로 정당화하려 했다.

이에 대해 당시 미 국무장관이던 다니엘 웹스터가 “자위권이 성립되려면 ‘급박하고도 압도적이며 수단의 선택과 숙고의 겨를을 허용치 않는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이것을 웹스터 공식이라 하며 이 공식이 일반적으로 수용돼 관습국제법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관습국제법에서는 선제적 자위가 인정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엄격한 제한이 있지만 무력공격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자위권의 행사가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선제적 자위는 유엔헌장에서나 관습국제법에서나 인정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 될 것이다. 다만 거기에는 공격이 급박한 것이어야 한다는 주관적 판단이 개재될 여지가 있어 남용의 가능성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국제법상 선제적 자위는 엄격한 조건하에 허용된다고 보는 게 올바른 해석이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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