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필수관광 코스 인사동 화재 현장 가보니… 대부분 목조건물, 화재경계지구 지정 안돼 ‘火’ 키웠다 기사의 사진

지난밤 서울 인사동 화재로 건물 8채와 점포 19곳이 탔다. 이곳은 목조건물과 노후시설이 밀집해 있어 화재 가능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서울시와 소방당국의 화재경계지구 지정 대상에 포함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전통문화관광 1번지 인사동에 외국인 관광객이 다치는 소방안전 사각지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관광 한국’을 얘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방안전 사각지대였다=18일 오전 둘러본 화재현장은 처참했다. 깨진 유리와 타들어간 간판, 녹아버린 집기들 위에 시커멓게 타 형체만 남은 커다란 목조 서까래가 내려앉아 있었다. 전봇대에 매달려 있는 새까만 전선들은 지난밤 처참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인근 상인 김모(50)씨는 “8∼9년 동안 이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면서 화재를 서너 차례나 겪었다”고 말했다.

불이 난 먹자골목 일대는 30∼40년이 넘은 목조건물 10여 채가 밀집해 있어 법령에 따라 특별관리가 필요한 지역이다. 소방기본법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화재 발생 우려가 높고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목조건물 밀집 지역, 시장, 공장 등을 화재경계지구로 지정, 특별관리해야 한다. 소방 당국은 화재경계지구에 소방시설을 설치하고 연 2회 소방검사와 연 1회 소방훈련, 상시 순찰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곳은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경계지구로 지정된 곳은 예지동 시계골목, 인현동 인쇄골목, 창신동 완구골목, 황학동 목재가구단지 등 시내 20개 지역에 불과하다. 대형 사고 우려에도 불구하고 먹자골목 일대는 옥외소화전 등 제대로 된 소방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여전한 소방안전 취약지역들=지난밤 화재현장 주변은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근처 화신 먹거리 골목이나 뒤편 인쇄소, 컨테이너 박스로 지어진 음식점들이 많아 자칫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해 있다.

또한 화재가 발생한 건물 인근에는 중소형 모텔과 한옥식 게스트하우스 등이 자리해 숙박 중인 외국인들도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화재 발생 당시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은 일본인 1명 등 부상자 7명은 서울을 방문한 국내외 여행객이었다. 인근 전통거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화재 소식 이후 안전 여부를 묻는 외국인 예약자들의 전화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 인사동 먹자골목보다 화재에 취약한 지역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지정하고 관리할 수가 없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놨다. 소방당국은 “인사동 목조건물들은 워낙 노후해 새로 짓지 않고서는 소방시설 설치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는 서울소방재난본부에 특별관리대상 확대를 지시하고 화재 취약지역 현황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소방방재청도 인사동 등 전통문화지구를 화재경계지구로 추가 지정할지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정부경 김미나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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