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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공직경험이 축재 수단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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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자가 득 보는 전관예우 뿌리 뽑지 않으면 공정사회의 길 요원하다”

인도의 12대 대통령 압둘 칼람은 청렴한 공직자상으로 종종 인용된다. 2007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기 직전 그가 남긴 퇴임사 중 일부는 이렇다. “며칠 뒤면 나는 바완(대통령궁)을 떠납니다. 여기 올 때 옷가방 두 개를 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옷가방 두 개를 들고 다시 이곳을 떠납니다. 이제 내게 남은 소망은 2020년 잘 사는 나라가 돼 있는 인도를 보는 것뿐입니다.” 독신이기도 하지만, 욕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우리 주변에도 청빈한 공직자가 없지 않다. 대법관까지 지내고 퇴임할 당시 전 재산이 2억원이었던 이도 있었고, 대법관 퇴임 이후 돈을 벌기 위해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아 사표(師表)로 삼을 만한 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박근혜 정부’ 첫 내각에 들어갈 국무위원 후보자 중 일부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법무법인 등에서 과도한 예우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에서 매월 평균 1억원씩 받거나 월 3000만원 정도 받은 후보자가 있는가 하면 무기중개업체에 적을 두고 월 1000만원가량 받은 후보자도 있다.

서민들에게 월급 1000만원도 큰 돈이지만, 월 1억이라면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엄청난 액수다. 평생 만져보지 못한 이들도 상당수일 것이다. 그래서 월 1억원씩 받아 1년 반도 안 돼 재산을 배 가까이 불린 사람에게 장관이라는 권력까지 쥐어주는 게 합당한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다. 나아가 총리나 장관을 지내고 나면 더 많은 돈을 주며 모셔가겠다는 곳이 예전보다 많아지지 않을까, 그러면 못 이기는 척하면서 이름만 걸어놓고 또 거액을 챙기게 되는 건 아닐까라는 등의 의문마저 갖게 되는 것이다.

유사한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법무법인에서 매월 1억여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던 인사는 “정당한 급여이지만 서민 입장에서 볼 때 액수가 많아 곤혹스럽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곤 낙마했다. 이를 계기로 2011년 5월 소위 전관예우금지법이 마련됐다. 판·검사와 경제부처 공무원이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할 경우 퇴직 전 1년 동안 근무했던 국가기관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변호사법이 개정된 것이다. 법 개정이 예고된 직후 일부 판·검사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려 조기 퇴직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법무부가 사표 수리 불허 방침을 밝히는 차마 웃지 못할 부끄러운 일도 벌어졌다. 공직을 축재(蓄財) 수단쯤으로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 아닌가.

전관예우의 폐해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전관은 예우 받은 만큼 예우해준 사기업에 기여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직생활에서 얻은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총동원된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합당한지 여부는 부차적이다. 기업 이익이 최우선이다. 현직 공무원들도 가세하기 십상이다. 한솥밥을 먹던 선배의 ‘부탁’인지라 거절하기 어렵고, 향후 자신도 예우 받으려면 잘 처리해줘야 한다는 심리가 작동한다. 돈을 주고 전관을 산 사기업도 남는 장사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저축은행 사태 이면에 자리 잡고 있던 전관예우가 서민들에게 슬픔을 안겨줬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공직 경험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재물을 탐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 사회정의마저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한몫 챙기려는 전직 관료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크다. 하지만 그칠 줄 모른다. 법조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공직으로 확대된 상태다. 사무관이 법무법인으로 옮기는 사례까지 생겨났다.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 기득권자만 득을 보는 전관예우는 뿌리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이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은 혹독할수록 좋다. 그래야 젊은 공직자들 사이에서부터 주머니를 채우려 양심을 팔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는 등 공정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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