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 내 영혼의 책갈피] (33) 당신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기사의 사진

당신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입니다 (스티븐 브라운, 주원열 역, AGAPE)

“어느 날 뉴스를 보고 있는데, 푸에르토리코 호텔 화재 장면이 비쳤습니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창문에서 몸을 날려 구조대의 가냘픈 밧줄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또 불길을 보면서, 그들이 당하는 공포와 그 불을 필사적으로 끄려고 하는 사람들의 공포를 대신 느껴 보려고 했습니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밧줄이 끊어지면 어떡하나!’ 그것은 아마도 그 밧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공통된 공포였을 것입니다.”

저자의 고백과 함께 시작되는 이 책은 그 ‘끊어진’ 밧줄에 관한 이야기이다. 끊어질 성싶지 않은, 그러나 끊어져버린 그 밧줄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말한다. 누구나 의지하는 밧줄이 있다. 우선 소유의 밧줄이 있다. 재산과 학식, 미모와 두뇌 그리고 명예에 대한 밧줄인 것이다. 이것에 의지해 자신의 존재감을 지탱하고 산다. 관계의 밧줄도 있다. 아내, 남편, 부모 그리고 자식과 친지, 애인과 친구의 밧줄이다. 이 역시 잃고 나면 절망감과 상실감에 시달린다.

문제는 ‘믿는 자’의 밧줄이 끊어진 경우이다. 밧줄이 끊어지고 폭풍 속에 내몰리며 “하나님은 어찌하여”라고 묻고 싶은 크리스천들의 경우이다. 차마 기도도 나올 수 없을 만큼 내팽개쳐진 듯한 상황 속에서 흐느끼며 “why me?”라고 되뇌고픈 사람들이다. 저자는 오랜 세월 이들을 상담하고 나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상담을 하면서 답변하는 골자는 두 가지이다.

환난과 고통이 몰아칠 때, 이를 이상하고 불공평하고 억울한 일인 것으로 생각지 말라는 것이다. 원망도 의심도 말고 잠잠히 기다리라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너무나 불가해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섭리 속의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즉 하나님이 그 모든 일을 알고 계신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리고 어떻게든 손을 쓰실 것이라는 사실이야말로 끊어진 밧줄 앞에 선 인생들의 위로와 소망이라는 것이다. 환난을 이상한 것으로 생각지 말라는 것은 어차피 거친 항해와 같은 인생길에서 돌풍과 암초는 만나게 되어 있기 때문이지만 그 모든 상황을 하나님께서 보고 계시기 때문에 절망하거나 탄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메마른 입술을 움직여 “하나님” 하고 부르는 일인 것이다.

“저는 매일 이런 사람의 이야기, 곧 일을 바로 하였는데도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기피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저는 목사로서 25년 동안 사역하면서 끊어진 밧줄 증후군과 관련된 의문들과 씨름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경험한 바를 나누고 싶습니다. 하나님은 주권자이십니다. 하나님은 선하시며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을 알고 계십니다. 그것은 좋은 소식입니다. 앞으로 그 점을 꼭 기억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왜냐하면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어느 정도의 다이아몬드를 얻기까지는 많은 진흙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류 역사의 처음부터 시작된 불순종과 함께 자연 세계 또한 그 질서가 어지러워지면서 삶의 거친 풍랑과 고통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물론 하나의 인생이 거의 완벽하게 고통 없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손대는 것마다 성공시켜 형통에서 형통으로 이어지는 특별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환난을 당하고 넘어지며 그럴 때마다 하나님을 찾고 그분께 도움을 구하며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그래서 C.S 루이스와 같은 경우는 역설적으로 “고통의 축복”을 이야기한다. 아무 일 없이 평안한 삶의 연속도 축복이지만 밧줄이 끊어지고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을 다시 찾고 그분의 은혜를 체험하는 것 또한 더 큰 축복이라는 것이다.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밧줄이 끊어져버린 사람들을 보게 된다. 특히 하나님을 알지 못하다가 의지하던 밧줄이 끊어져버린 뒤 하나님을 만나고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사는 이들을 볼 때면 그야말로 고통이 축복일 수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중소기업을 일구어 크게 성공시킨 한 지인이 그만 영어의 몸이 되어 면회를 갔더니 뜻밖에 평화투성이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한 방에 있지만 새벽이면 홀로 일어나 한 귀퉁이에서 저만의 새벽 예배를 드린답니다.” 그의 그 평화와 기쁨의 정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 난 지 얼마 안 된 친구에게 신앙서적을 건넸더니 “너무나 좋았다. 읽고 또 읽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에 그는 믿음이니 신앙이니 하는 단어 자체에 대해 까칠한 반응을 보이던 교수였다.

도처에서 밧줄이 끊어진다. 왜 그토록 믿었던 밧줄이 끊어지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실 뿐더러 손을 쓰기 시작하신다. 그 사실이야말로 끊어진 밧줄 앞에선 인생들의 유일한 소망인 것이다. 이 책의 서론이고 결론이다.

(서울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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