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선우] 시민운동가들이 경계할 일 기사의 사진

최근 시민단체 활동을 오랫동안 해온 모 인사의 금품수수 행위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두고 시민운동가들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들은 자신을 희생하며 자신의 철학과 사고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와 사회, 나아가 미래세대를 위해 쏟아 붓는다. 더 나은 삶을 마련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민운동가들이 필히 경계하고 지켜야 할 몇 가지 기준 또한 존재한다.

첫째, 시민운동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8년여 동안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 활동 초기 내가 소속된 단체의 한 활동가는 필자의 단체 가입에 대해 혹시 단체를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내게 던진 적이 있다. 나는 그 지적을 아직도 가슴에 담고 단체의 이름을 활용한 사적 이익을 취하는 행동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 그 사람은 지금 필자가 속한 단체의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투철한 시민운동가 정신으로 무장한 채. 나는 대부분의 시민운동가들이 이런 모습이라고 믿고 있다.

둘째, 매너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모든 영역에는 나름대로의 도덕적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의 범주 내에서 사람들은 통상적인 활동을 영위한다. 그것이 나름 생존의 법칙이고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생활을 편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통상적인 범위에서의 행위란 간혹 사람으로 하여금 매너리즘에 빠지게 하는데, 이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자신의 행위에 대해 깊은 통찰력과 균형감각을 상실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셋째,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오랜 생활을 동일한 업무 영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당연히 현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몇 년 전 한 시민단체에서 고위 공무원들과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잘못된 정보에 의해 작성된 것임이 밝혀졌다. 그것을 발표한 사람은 잘못을 시인하고 책임을 통감했다. 며칠 전 만난 그 사람은 지금도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그것을 계기로 더욱 책임 있는 행동을 하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책임감은 사람 간 신뢰를 형성한다. 그는 지금 신뢰 형성을 통한 사회통합을 위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10여년 전 댐 건설과 관련된 갈등을 조정했던 일이 있는데, 당시 시민단체를 대표해 한 단체의 사무국장이 조정회의에 참여했다. 조정회의는 조정자들에게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 결정해 줄 것을 위임했고, 그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몇 달 후 결정이 내려졌고 그 사람은 그 결정 과정과 내용에 불만은 있었지만 자신이 약속한 바 때문에 그 결정을 수용했다. 바로 책임 있는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준 것이다. 그는 지금 한 시민단체의 지도자로 활동 중이다.

넷째, 지나친 책임감에 대한 고민이다. 자신이 가지는 활동 영역에서의 책임감이 독선적이고 독단적이며 아집에 의한 것이라면 문제일 수 있고, 사회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서 우러나온 확신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히 같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동류의 시민운동가 대부분이 동의하는 내용에 대해 자신 혼자만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아집이고 독선일 수도 있음을 한번쯤 고민해보았으면 한다.

다섯째, 시민운동의 권력화에 대한 경계다. 비록 시민운동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지위에 오랫동안 있게 되면 그 자리가 곧 권력화되기 쉽다. 특히 한 영역에서의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그의 행위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고,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에 비례해 그의 지위도 권력화되어 가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즉 시민운동가의 도덕성은 무욕(無慾)에 바탕을 둬야 하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져야 한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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