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박 대통령의 패션 기사의 사진

톰 브라운, 제이슨우, 지미추, 제이 크루…. 지난달 제44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댄스파티 때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선택한 의상의 디자이너와 패션 소품의 브랜드들이다. 2004년 남성복으로 데뷔한 이후 2010년 여성복을 선보인 톰 브라운은 미셸 덕분에 세계 패션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4년 전 취임식에 이어 이번에도 미셸의 간택을 받은 디자이너 제이슨우는 물론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의 매출은 날개를 달고 있다. 미셸은 내로라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명품을 뒤로 하고 자국의 신예 디자이너와 중저가 브랜드를 선택해 매출을 올려 주고 있다.

김영석. 이 땅에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연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날 5벌의 옷을 갈아입었지만 디자이너 이름이 밝혀진 것은 한복 디자이너 한 명뿐이다. 발 빠른 국내 언론사 취재기자들은 물론 ‘신상 털기’의 고수인 네티즌들도 박 대통령의 옷이 어떤 디자이너의 옷인지, 혹은 어떤 브랜드의 옷인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관심이 없어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박 대통령 패션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은 넘친다. 취임식 때 입은 올리브 그린색 정장에 대해선 ‘금단추가 달린 군복 느낌의 카키색 롱재킷과 통이 넓은 검정색 바지는 밀리터리 스타일로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겠다는 의중을 담고 있다’, 세종로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복주머니 행사 때 한복은 ‘붉은색 두루마기에 남색 치마는 태극문양을 떠올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호국의 의지를 보여줘 가장 성공적인 옷차림이었다’, 집무실의 초록색 재킷과 바지 정장과 관련해선 ‘초록은 조화를 상징한다. 갈등을 넘어서 상생을 꾀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등 옷 한 벌 한 벌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올라와 있다. 뿐만 아니다. 취임식의 그 밀리터리 재킷에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나비 브로치에 대해서조차 ‘칠보라는 전통 방식의 수공예품을 착용해 대외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알렸다’ ‘희망과 부활, 미래를 향한 비상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해석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몇 해째 고부가가치 산업인 고급패션의 수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해마다 일년에 두 번씩 미국 뉴욕패션위크와 때를 맞춰 ‘컨셉 코리아’를 열고,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을 뉴욕 패션계에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는 4년째 프랑스 파리컬렉션 기간 중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인 ‘서울 10 소울(Seoul’s 10 Soul)’을 펼치고 있다. 두 행사 모두 국민 세금이 녹록지 않게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지 구체적인 수주량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의 눈이 쏠렸던 취임식 날, 박 대통령이 세계 패션무대에 소개되고 있는 우리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었다면 어땠을까? 한글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박수를 받았던 이의 옷을 입었다면 외신들은 이런 사진 설명을 붙였을지도 모른다. “코리아가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모티브로 패션 디자인을 해 유명해진 한국 디자이너 옷을 한국의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입었다.” 한글도 자랑하고, 우리 디자이너도 알리고, 여성 대통령의 패션 센스도 돋보였을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앞으로 5년 동안 수많은 행사와 외유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에 갈 때는 ‘서울 10 소울’, 미국을 순방할 때는 ‘컨셉 코리아’ 참가 디자이너 옷을 입으면 어떨까? 고가여서 입방아에 오를 것이 염려된다면 협찬 받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