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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아침] 디지로그 풍경

[그림이 있는 아침] 디지로그 풍경 기사의 사진

서울대 서양화과 명예교수인 한운성 작가는 몇 년 전 영국 남단의 브라이턴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그를 초청한 현지 대학은 올드십 호텔에 방을 마련해줬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나무 바닥도 삐걱거리는 낡은 호텔이었다. 체류하는 동안 그는 ‘주최 측이 나를 홀대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귀국 후 그 호텔이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명소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가는 그제야 자신이 사물이나 장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외형만 보고 판단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수년간 작업했던 ‘과일채집’ 시리즈를 버리고 건축물이 있는 풍경 작업에 매달렸다. 유럽 곳곳의 관광지를 디지털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화폭에 옮겼다. 기억에 남은 풍경과 그렇지 않은 풍경을 2개의 공간으로 분리해 그렸다. 이를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공존을 표현하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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