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빈]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기사의 사진

요즘 정치권에서 민주당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대선 패배 이후 초선의원들의 ‘천배 사죄’와 비대위의 ‘회초리 민생투어’ 등 자성의 노력이 잠깐 보였지만 다시 당권싸움에 몰입하면서 수권정당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재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새누리당이 보여주었던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이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재보선 출마를 선언해 침몰하는 민주당호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야권 지지자들이 대거 제3정당으로 이동할 것이다.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의 패배 원인에 대한 지적은 지극히 냉철하고 올바른 것이다. 당이 패권 싸움에 몰두할 때 민심은 조용히 등을 돌린다는 것이 요지다. 당내에서도 적군과 아군을 구분해 배타적 패권을 형성한 소위 ‘친노세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와는 별개 문제이다. 민주화운동의 경험이 더 이상 정치적 패권을 위한 무기가 될 수 없다.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수용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다시 당권싸움을 벌이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당권싸움을 시작하는 모양새는 꼴사납다. 대선평가위와 정치혁신위가 개혁과 변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전당대회 시기와 지도부의 임기·선출 방식을 둘러싼 잡음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당의 공식 절차를 거친 안이 당내 주류 세력의 입김에 의해 재논의되었고 논란의 중심에는 모바일투표가 있다. 5·4전당대회 선거인단의 5%를 작년 대선후보 경선의 모바일투표에 참여했던 약 35만명을 대상으로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누가 봐도 당내 주류의 기득권 지키기 전략이다. 당권이 5% 이내의 박빙 싸움이 될 때를 대비한 것이다. 이미 대선평가위에서 모바일투표는 실익보다 손실이 많았고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그만큼 대선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당이 왜 역주행을 방치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모바일투표 주장은 민심이 이반되더라도 당권만 챙기면 된다는 패권주의의 부활이다. 다시 자충수가 되어 민주당을 패배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것이 자명하다. 특정 세대·계층의 과다대표현상은 물론이고, 선거인단의 모집과 관리, 투개표 과정의 논란으로 후보 간 고소·고발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될 것이 뻔하다. 선거인단 할당이 5%가 아닌 1%에 불과하더라도, 정치와 당에 대한 혐오감은 재발할 것이다.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한 몇 가지 실행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우선 당의 정체성 강화를 위한 이론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당연히 당의 공식 정책연구소가 주도해야 한다. 정책연구소는 개정 정당법에 따라 국고보조금의 30%를 직접 지급받지만 유명무실하다. 정책연구소가 당의 정체성과 비전은 물론 정강정책의 경쟁력을 강화해 당의 생존을 위한 단기적·장기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천 매뉴얼을 제작해야 한다.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실행된 공천의 과정과 결과, 유권자의 평가에 대한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서울시장 보선 승리의 상승세가 꺾인 시점이 총선 공천이 마무리되던 시점이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반성이 전혀 없는 가운데 맞이한 대선은 어려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공천 매뉴얼 제작을 서둘러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원·지지자 확장을 위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책임을 다하는 당원에게 충분한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잠재적 지지자를 발굴·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이 없는 무조건적인 모바일투표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주장은 정당의 뿌리만 뒤흔들 뿐이다. 민주당이 살아남으려면 기득권을 모두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안 전 교수가 정치 전면에 등장해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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