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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서 머물며 쓴 재난일기…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

[책과 길] 후쿠시마 원전사고 피해지서 머물며 쓴 재난일기…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 기사의 사진

원전의 재앙 속에서 살다/사사키 다카시(돌베개)

일본 도쿄 준신(純心)여대 스페인 사상사 교수였던 사사키 다카시(74)가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 피난 지시를 거부하고 자택 농성을 벌이며 하루하루 써내려간 치열한 고투의 기록.

일본 정부는 폭발 지점을 중심으로 20㎞ 권역, 30㎞ 권역을 각각 옥내 대피지역, 자발적 대피지역으로 설정해 주민들에게 피난을 지시한다. 하지만 사사키는 “이거 명백한 과실치사에 해당하는 범죄 아닌가?”라며 정부의 안이한 조치에 분노하면서 98세 노모와 치매에 걸린 아내, 아들 내외, 두 살배기 손녀와 함께 피폭이 두려워 도망가기보다 남는 쪽을 선택한다. 해안선에서 700m 정도 떨어진 자택은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면했고, 전기와 수도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당장 큰일은 없었다. 그러나 진짜 재해는 집 안에 남기로 결정한 뒤부터 일어나기 시작한다.

집도 멀쩡하고 전기도 수도도 다 나오는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들까지 마을을 떠나자 사사키의 자택 근처는 순식간에 ‘육지의 고도’로 변해버렸다. 지원물자를 실은 트럭은 피폭된다는 ‘소문’이 두려워 마을로 들어오지 않았다. 긴급 투입된 자위대도 마찬가지였다. “납으로 된 매트를 깔고 완전방호복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갔는데도, 자위대 내규에 정해진 수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작업 중지라고! 이봐, 이봐, 그게 군인이야?”(3월 18일)

행정당국의 어리석은 결정에 따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30㎞ 라인의 저주’에 걸려 방사선 수치가 비슷한데도 멀쩡하게 걸어서 갈 수 있는 학교 건물을 놔두고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후쿠시마 시나 고리야마 시의 초등학교에서는 창문을 꼭꼭 닫아 푹푹 찌는 교실에서 창 쪽의 방사선량이 높기 때문에 평등하게 하려고 매일 줄을 바꿔 앉는 비정상적인 일마저 일어났다. 창문을 열어도 방사선량은 똑같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는데, 그것을 믿으려 하지 않는 부모들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이 모든 일보다 더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은 치매 걸린 아내의 순조로운 배변이다.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고 매일 아기를 돌보듯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산책을 시키는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지만 저자는 그런 아내가 있어 오히려 ‘영혼의 중심’을 낮게 유지할 수 있으며 이상한 용기와 안정감을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일본 거주 작가 서경석 해설. 형진의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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