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성호] 국제중 비리의혹 대책은… 기사의 사진

요즘 교육계에서는 서울시 소재 어느 국제중학교의 입학 비리 의혹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계층을 위한 제도적 배려가 재벌 총수의 자녀에게 부여된 사실이 부각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이 학교의 편입학에 금전수수가 있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상태다. 조만간에 소문의 진위 여부는 밝혀지겠지만 학생 선발에 대한 추문이 끊이지 않는 풍토가 안타깝기만 하다.

사회 일각에서는 학교가 입학생들을 선발하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정치적인 주장이 나온다. 구더기 싫으니 아예 장을 담그지 말자는 말이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더욱 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학생 선발을 학교에 맡기면 부패해지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엄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더욱이 관이라고 부패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해당 학교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어 보이는 단체들이 그 학교를 사정당국에 고발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사법부의 심판으로 일거에 발본색원을 기대하기에는 사안 자체가 너무도 복잡하다. 그렇다고 이런 추문에 귀를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 여기서 나는 문제의 근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찾고자 한다. 우선 우리나라에는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선택권이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과 다양한 학교 선택을 병행하는 현상은 선진국들의 추세다. 그 취지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구와 학생들의 다채로운 적성을 존중한다는 데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학교선택권은 극단적으로 제한돼 있다. 필자가 얼마 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학교선택권은 연구 대상이 된 20여개 선진국가 중 최하위였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학부모들조차 매우 폭 넓은 학교선택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 배정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을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있는 극소수 학교들에 대한 수요가 과열되고, 그로 인한 잡음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평등에 대한 욕구가 유별나게 강한 사회에서 학교 선택의 문호를 쉽게 개방하기 어려운 정부의 고충도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소위 교육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언제까지나 학교선택을 마르크스식 계급논리로만 볼 수는 없다. 급박하게 변화하고 날로 복잡해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도 없다.

학교 선택을 통해 교육이 다양성을 추구할 때 창의성 함양도 가능해진다. 학생들의 다채로운 재능과 적성을 존중함으로써 그들의 창의성을 진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학교 선택이 초래할 수 있는 학교서열화에 대해서는 부단한 경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의 대상이 되는 학교들을 직업학교에서 재능학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화해야 한다. 학력 위주의 서열화는 학교 선택의 대전제인 다양성에 위배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부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열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녀들의 적성과 재능을 살리는 교육보다 ‘일류학교’에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풍토에서는 학교 선택이라는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학생 선발에 대한 불미스러운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왜곡된 교육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해주고 싶은 것은 부모들의 공통된 욕망이다. 그런데 ‘좋은 교육’은 자녀들의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학부모들에게 간절히 당부 드리고 싶다. ‘일류학교’ 보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녀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힘써 달라고.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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