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교회와 그레셤의 법칙 기사의 사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은 말 그대로 나쁜 돈이 좋은 돈을 쫓아낸다는 뜻이다. 한 사회에서 귀금속으로서의 가치가 서로 다른 금화나 은화가 동일한 화폐가치로 유통될 경우 귀금속 가치가 작은 은화가 가치가 큰 금화를 유통으로부터 배제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고문이었던 그레셤이 여왕의 재정운용을 자문하면서 보낸 편지에서 사용한 말이다. 당시 국가가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끔 순도가 떨어지는 통화나 은화를 생산해 냈는데 이때 사람들은 순도가 높은 금화는 저장해 두고 순도가 낮은 것만 사용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악화만 넘쳐나고 양화는 유통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1858년 마크로드에가 이 같은 현상을 그레셤의 법칙이라 명명했다. 오늘날은 질 좋은 것 대신 질 나쁜 것이 넘쳐 날 때 이 말을 쓴다.

영적 악화가 판치는 교회

그레셤의 법칙은 경제 분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회의 여러 조직이나 교회공동체에서도 일어난다. 공동체의 아름다운 전통 계승이나 향상보다는 일부 집단의 이기주의와 패거리 문화가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몇몇 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들을 분석해 보면 교회 안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일부 세력들이 하나님의 신적 통치를 무시하고 교회 내에서 분란을 일으키고 행정과 재정을 장악해 권력을 누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교회재정을 대규모 부동산 매입에 투입하고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영적 지도자의 도덕성과 인격을 공격하고 영적권위를 상실하도록 교묘한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는 교회를 아류집단으로 전락시키고 영적빈곤에 허덕이게 할 뿐이다. 대다수 건전하고 온건한 성도들이 기도하며 침묵하고 있는 사이 교회는 이기적인 집단들에 의해 흔들리고 선교의 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21세기 급변하는 사회에서 교회는 당연히 변화되고 개혁되어야 한다. 하지만 변화의 틈을 이용해 교회 내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사를 통해 볼 때 교회는 한 하나님, 한 주, 한 성령을 고백하지만 다양한 언어 생각 신앙들로 인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교회 안의 다양성이 분쟁과 적대심 시기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하나 됨(성령의 9가지 열매)과 평안의 매는 줄로 온전히 보존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참된 교회가 윤리 도덕적 완성의 교회라면 이 세상에 참된 교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적 갱신으로 새로워져야

지금 한국교회는 영적 지도력을 이어받은 후임 지도자들의 변화와 변혁이 필요하다. 선대가 물려준 아름다운 신앙적 전통과 유산은 이어가되 권력과 명예와 부에는 초연해야 한다. 선대보다 더 헌신하고 희생하고 겸손하게 성도들을 사랑으로 보살피고 사회와 소통하면서 복음으로 공동체의 구원에 노력하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성도들의 영적 갱신도 필수적이다. 한 하나님, 한 주, 한 성령을 고백하면서 자신만의 하나님, 자신만의 주, 자신만의 성령, 자신만의 신앙(의)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교회의 겉모습을 볼 뿐 교회 안에 있는 하나님의 신적 통치는 보지 못한다. 교회 일을 세상에 맡기는 것은 가룟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긴 것과 다르지 않다.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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