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다시 강을 건너온 안철수 기사의 사진

“일방적인 비난, 조롱, 분개에 대한 동조만으론 새시대의 정치리더 될 수 없다”

일요일 한낮 모든 국민에게 행복을 안겼던 김연아 선수는 진정한 우리의 스타, 세계의 스타이다. 어제 그는 본격적인 재 데뷔전이자 올림픽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2013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차로 우승을 차지했다. 218.31점, 자신의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의 신화를 잊어버리고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그는 이 대회의 우승으로 ‘김연아 키즈’ 두 명의 출전권까지 따냈다. 화려한 복귀의 동력은 바로 국민과 피겨스케이팅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이었던 것이다.

정치의 장에도 ‘스타탄생’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자마자 그는 정치스타가 되었다. 문제는 대중의 인기가 갑자기 너무 높아진 데 있었다. 그는 서울시장을 건너뛰고 바로 대선을 겨냥했다. 그런데 스타 안철수의 광도(光度)는 그때가 절정이었다. ‘후보단일화 협상 포기와 후보직 사퇴’ 상황으로 몰리면서 아마 자신도 이를 절감했을 것이다.

아직도 가늠이 안 되는 게 안 전 교수의 정치적 역량이다.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자, 또 기업가로서의 성공스토리는 그 이전에도 알려졌다. 짐작건대 폭발적인 대중의 지지를 끌어낸 것은 청춘콘서트 진행자로서의 역량이었을 터이다. 들어주고 위로하고 공감하고 공분하는 것으로 그는 청년들의 멘토가 되었다. 그 지지열기가 그를 미래형 리더로 밀어 올렸다. 그런데 이후 대선과정에서의 그의 이미지는 ‘앵그리 버드’를 들고 강연무대에 오르곤 했던 모습에서 별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아픔을 위로하고 같이 울어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분노를 이해하며 함께 화를 내주는 것은 더 쉬울 수가 있다. 다만 그것으로 정치리더가 될 수는 없다. 국민을 행복의 나라로 이끌 대안과 이를 이뤄내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작년 9월 19일이었다. 그리고 그달 25일 한 모임에서 “지난주 수요일에 강을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했다. 이 말은 어떤 경우에도 완주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말하자면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다, 이제는 로마에로의 진격만 있을 뿐”이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넌 이상 다리를 불태우고 말고는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족을 붙였다. 어쩐지 뒤가 돌아봐져서 그랬을까?

그는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부각시키면서 새 정치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면서도 민주통합당과의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자신의 명분을 스스로 거둬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협상하던 도중에 갑자기 사퇴를 선언했다. 불살랐다던 다리가 건재했거나 그 강이 개울 정도여서 풀쩍 뛰어 건널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안 전 교수가 다시 강을 건너 선거판으로 돌아왔다. 미국에서 충분히 고민한 결과라고 한다.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한 듯하다. 그 점은 이해가 된다(달리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사실 생짜배기 신인이 바로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고 한 것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조롱이었을 수는 있지만 정치 그 자체에 대한 예의는 아니었다. 그 때문에 그는 우왕좌왕했고, 결국 눈물을 지으며 링에서 내려와야 하지 않았던가.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생각은 좋다. 다만 일방적인 비난, 조롱, 분개에의 동조만으로 정치리더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문제에 대한 해법, 국민을 행복의 나라로 이끌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는 천사들의 향연이나 악마들의 집회가 아니고, 세상에는 앵그리 버드와 배드 피기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개혁을 말하면서 동시에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내는 것은 모순이다.

‘안철수의 재등장’ 자체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다. 다만 ‘안철수 현상’이 ‘안철수 식 정치’로 상처받는 일, 훼손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말을 거드는 것일 뿐이다.

이진곤 논설고문 (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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