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균열] 성접대 사건 대오각성 계기로 기사의 사진

동양고전인 명심보감에서 태공은 “참외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고쳐 매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고 했다. 남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경구다. 나의 본의가 그렇지 않았고 실제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혹여 의심을 살 만한 사소한 첫 단초를 제거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세태를 보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건설업자 윤모씨가 각양각층의 고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소위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성’을 접대했다는 말이 가당치도 않지만 횡행하고 있으니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지도층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검사, 경찰관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공직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권력을 행사하는 공직자들이다. 물론 이들 모두가 성접대를 받았는지는 의문이기는 하다.

문제의 성접대를 받은 사람들은 지구 최후의 종말에서나 나타남직한 난교를 일삼으면서, 마약을 복용했다고 한다. 수치심은 있었는지 가면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면이 전직 대통령의 얼굴형상을 본떠 만든 것이라고 하니 공직자로서 가히 상상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본다.

문제는 또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여성들이 유흥업소 종사자가 아니라 일반인이었다는 의혹이다. 연예인과 사설학원 경영자도 있고, 심지어 주부도 있었다고 한다. 일부 사람들은 채무관계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원되었다고 하지만 이른바 성접대가 채무 변제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바다.

성은 신성한 것이다. 하늘이 피조물에게 대를 이을 수 있는 자유의지를 준 것이다. 종족보전의 목적 이외에 잘못 활용한다거나 남용할 경우 가혹한 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 건전한 성생활과 원만한 가정생활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할 사회지도층의 성적 문란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 과정에서 특정인을 비호하거나 특권을 제공했다면 이 또한 소상히 밝혀서 적법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전·현직 고위경찰관이 포함된 사건의 조사를 엄격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이 문제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안고 사퇴했기 때문에 검찰도 공명정대하게 수사할지 의문이다. 마땅히 국회가 나서 진상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또 하나의 낯 뜨거운 장면이 있었다. 한 현역 중진 국회의원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회의장에서 소위 ‘누드’ 사진을 보다가 발각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 해명도 가관이다. 누가 보내줘서 봤다고 한다. 설령 누가 보내줬다고 하더라도 공무 중에 그런 것을 봐서야 되겠는가. 국회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것인지 여야 모두 아무런 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과 주변국들의 냉혹한 국가이익 추구 속에서 국가생존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행태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을 지경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아무리 큰 제국일지라도 지도층의 부패와 도덕적 해이는 곧장 패망으로 직결되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가 서민들이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을 걱정해야 하는 3류 국가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가 고위직에 임명될 인사청문회에서는 탈세나 위장전입 부동산투기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공직에 나설 사람들이 그 정도로 자기관리를 못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실력보다는 연줄을 동원해 출세하려는 천민적 근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이번 사건이 대오각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균열(경상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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