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김혜림] 정부, ‘어미 게’ 되지 않으려면 기사의 사진

‘장동건’을 살까? ‘원빈’을 살까? 요즘 시중에 ‘성접대 리스트’가 떠돌아 그쪽으로 연관짓는 분들이 꽤 있을 터. 오해 마시라. 압력밥솥 얘기다.

40대와 30대의 대표 꽃미남들이 밥솥 광고를 하고 있다. ‘힘들면 연락해. 내 전화 한 통이면 밥이 된다’며 첨단 밥솥 사용법을 친구에게 말하는 폼이나 ‘꺼내서 보여 줘야 믿겠어’라며 뚜껑을 열고 속을 보여 주는 양이 압력 밥솥 사용에 이골이 난 모습들이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를 보고 싶어 하는 남편이 드라마를 보는 아내에게 ‘TV 채널권’을 빼앗긴 채 안절부절못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광고에선 ‘가사노동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남녀차별에서 비롯된 성 역할론이나 여성에 비해 남성이 우월적 지위를 가졌던 가부장적 사고는 사라져가고 있다. 남녀평등을 넘어서 남성들이 역차별당하는 모습을 쉽게 접할 정도다.

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이다. 서울시가 지난 25일 발표한 ‘서울 노동 산업 구조변화 및 시민 직업관 분석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의 15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의 65.5%가 여성이다. 남성의 2배꼴이다. 여성비경제활동인구의 63.7%가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육아 및 가사를 꼽고 있다. 현실에선 아직도 여성들의 발목이 살림살이와 아이 키우기에 잡혀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앞서 19일 대한상의가 국내 기업 3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성임원 수를 봐도 남녀평등은 요원하다. 여성임원이 1명이라도 있다고 답한 기업은 4곳 중 1곳(23.7%)에 불과하다. 100대 기업으로 대상을 좁히면 여성임원의 비율은 더욱 작아진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48%밖에 안 된다. 3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 여성 비율도 3.7%에 불과하다. ‘유리천장’이 여전히 여성들의 머리 위에 건재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수치들이다.

앞서 대한상의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3.8%가 앞으로 여성임원 수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줄어들 것이라고 본 기업은 2.3%밖에 안 된다. 이들의 낙관론은 여성 대통령 등장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대기업에선 여성임원 후보 찾기에 골몰했다는데 요즘도 그럴까? 정부 각료 인선이 끝난 이후 대기업 CEO들의 속내는 이렇게 바뀌지 않았을까. “뭐, 여자 대통령이라고 별다를 거 없는데, 하던 대로 하지 뭐!”

박근혜 정부의 장관 17명 중 여자 장관은 2명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15명 중 2명, 노무현 정부의 19명 중 4명보다 낮아진 비율이다.

올 1월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 등에서 여성 임원 비율 순차적 확대를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법안은 공공기관의 경우 특정 성이 3년 내에 85%, 5년 내에 7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결국 3년 안에 여성임원을 15%, 5년 안에 30%까지 의무화해야 하는 법이다. 또 2월에는 공기업 준정부기관 임원추천위원회에 여성위원 30%를 할당해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여성인력 활용은 우리나라의 경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재 상황에서 여성 인재 양성을 위해선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정부는 뒷짐 진 채 기업들만 채근한다면 어미 게가 옆으로 걸어가면서 새끼 게 보고 너는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 꼴이 되고 만다.

김혜림 산업부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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