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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12) 우표 기사의 사진

지난해 런던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느 디자이너에게 편지를 보냈다. 학교에서 넥타이 디자인을 할 건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바쁜 디자이너는 확답을 못하고 있다가 최근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그가 폴 스미스다. 편지의 힘을 생각하게 해준 사건이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스미스는 이메일보다는 우편물을 선호할 것이다. 언젠가 스미스의 컬렉션 전시에서 우표가 붙은 소포들을 본 적이 있다. 가격만 출력된 스티커가 붙은 우편물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다.

편지를 우표로 봉인한 마지막 경험은 군복무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새로 나온 우표를 사두곤 한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그래픽 인쇄물을 전리품으로 모은다. 최근에 나온 캐릭터 시리즈는 스티커로 돼 있어 침이나 풀을 바를 필요가 없다. 뜯어낼 때 나오는 소리도, 아라비아풀의 시큼함도 없으니 우표의 제 맛이 사라진 것 같다. 아무튼 우표가 붙은 편지에 적힌 사연을 읽고서 이메일 삭제하듯 곧장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표는 비용을 지불하였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으며 며칠을 지나왔음을 상징하므로 부담을 안기는 힘이 있다. 혹시 누군가에게 간곡히 전할 말이 있다면 호소력 있는 이미지의 우표를 붙이고 편지를 보내는 고전적인 방법을 써볼 만하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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