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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황홀] 황무지 (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the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Summer surprised us, coming over the Starnbergersee

With a shower of rain;

엘리엇 (T. S. Eliot 1888∼1965)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어

봄비는 잠든 뿌리를 흔들어댄다.

오히려 겨울은 따뜻했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은 가까스로 연명하고 있었다.

슈타른버거호(湖) 너머로 여름은

소낙비를 몰고 갑자기 찾아왔다.


4월이면 인류에 회자되는 T. S. 엘리엇의 ‘황무지’. 전 5부 432행으로 구성된 장시의 첫 부분이다. 미국 하버드, 프랑스 소르본, 영국 옥스퍼드 등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엘리엇이 런던에서 비평지 ‘크라이티어리언 The Criterion’ 주필을 맡아 창간호에 발표(1922년)한 세기적인 걸작. 멋지게 시작되지만 쉽사리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난해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많은 신화와 전설, 세계적 문호(文豪)의 작품, 다양한 외국어들이 행간에 넘쳐흐르며 효과와 시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1차 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함을 다각도로 변주하고 있는 이 시는 뛰어난 천재들이 보여주는 정신의 순수함과 서술의 주술적인 경이로움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단순함과 방대함이 삼각파도처럼 너울거린다. 어렵더라도 두고두고 읽어볼 만한 시다.

임순만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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