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항 칼럼] 환경·안전 규제완화의 부메랑 기사의 사진

“누가 부리느냐와 관계없이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사업주가 책임지도록 해야”

삼성그룹은 환경안전 전 분야에 걸쳐 경력 및 신입사원 150명씩 300명을 선발한다는 채용광고를 지난달 27일자 각 일간지에 냈다. 파격적인 채용계획은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불산누출 사고 등 잇따른 산업재해로 비난여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대학교 환경 관련 학과들로서는 “대기업 취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체념으로 바뀐 지 오래인 상태에서 천지개벽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서울의 한 종합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10여년간 과 정원이 반 토막 나고 2년제 대학의 환경 관련 학과는 모두 폐지됐다”면서 “이제는 환경 인력의 공급이 부족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우리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환경·산업안전 분야를 소홀히해왔음을 드러내준 셈이다.

지난해 9월 말 구미 불산누출 사고 이후 전국의 사업장 안팎에서 유해화학물질 누출 및 폭발사고가 빈발했다. 공통적 문제는 사고가 나도 사업장 안전의 실질적 최고 책임자가 좀처럼 처벌되지 않는다는 점. 특히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원청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거나 벌금 100만원 안팎이 고작이라는 것. 그리고 당연한 귀결이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어김없이 재발한다는 것 등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회지표 가운데 우리나라는 꼴찌 리스트에 자살률, 총 근로시간 등과 함께 산업재해 사망률을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2011년 산재로 인한 사고 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은 0.96명으로 선진국의 3∼6배 수준이다. 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일 때나 2만 달러일 때나 여전히 산재 왕국으로 남아 있을까.

큰 실마리는 김영삼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강조해 온 ‘규제완화’에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일정 자격을 갖춘 산업안전 관리인 및 대기·수질 등 오염물질 배출관리인 의무고용제도를 폐지했다. 2002년에는 지방분권화 차원에서 폐수배출시설 인허가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했다. 또한 법규위반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권도 시·도에 넘겼다. 단속이 뜸해지면서 대형 건설업과 제조업체 본사와 현장(공장)에서는 산업안전 및 환경 관련 부서가 속속 폐지됐다.

환경부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불산누출 사고 직후 전화통화에서 환경규제가 무력화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규제완화 이후 폐수배출 등에 대한 단속완화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수시단속을 통해 현장에 가면 업체 관계자는 단속원을 가로막고 숨기기에 급급했고, 심지어 단속원들을 문전박대하기까지 했다. 분명한 공무집행 방해였다. 더군다나 MB정부의 ‘친기업’ 기조 하에서는 비밀배출구를 통해 유해물질을 무단방류해도 구속된 사례가 없다.”

산재의 경우 위험마저 외주(外注)화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피해 근로자와 고용관계에 있는 사업주가 책임을 지게 돼 있으므로 주로 하도급 사업주가 책임을 뒤집어쓴다. 하도급업체는 근로조건과 안전교육 등이 더 열악할 수밖에 없다. 즉 책임역량이 적은 소기업·하도급 사업주는 구속되거나 벌금형에 처해지고, 대기업은 로펌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빠져나간다. 한성대 박두용 교수는 “하청이든 재하청이든 누가 부리느냐에 관계없이 시간과 장소를 통제하는 자가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역량이 큰 대기업을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을 도와주고자 했던 규제완화는 안전사고와 재해 증가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애당초 사회적 규제는 규제완화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반론이 있었다. 법조문의 완결성보다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법 집행 의지가 더 중요하다. 전국의 수많은 사업장을 200∼300명의 공무원으로 다 감독할 수는 없다. 사업주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려 안전경시풍조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로 검찰을 포함한 관료집단이 법과 규제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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